초현실적인 내러티브와 몽환적인 미장센은 퀘이형제의 시그니처 스타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 사람의 작품에는 작가주의적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죠. 이 때문인지 퀘이형제가 오랜 시간 대중적인 광고 작업을 해 온 사실은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두 사람은 코카콜라, 켈로그, MTV, 아이리쉬 위스키, BBC 등 유명 브랜드의 광고에 많이 참여했습니다.
위의 관절뼈대는 미국 공영방송국의 공익광고 프로젝트를 위해 퀘이형제가 의뢰했던 관절뼈대입니다. 이 관절뼈대는 제작 난이도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후면 날개 부분에는 고민이 좀 필요했죠. 심플한 움직임을 원하는 클라이언트의 니즈에 부합할 수 있도록 날개의 위치뿐 아니라, 강성과 재질까지 고려했습니다. 또한 퀘이형제 작업을 하다 보니 저절로 과몰입되어 반원형 소켓 관절과 테이퍼 발, 3D 가공된 골반까지 만들었습니다.
작업을 완료하고 한참 뒤에 몇 가지 편집본을 보게 되었는데, 광고의 기묘함과 유머러스함이 너무 절묘해서 빵 터졌습니다. 이질적인 요소가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컨셉 전달 방식이 꽤나 재미있더군요. 라이브액션과 스톱모션이 혼합된 이 광고에서 제가 만든 관절뼈대는 요정 캐릭터를 담당했습니다. 누가 봐도 퀘이형제의 시그니처 캐릭터 스타일인 이빨 요정으로 말이죠.
https://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26/06/QQFAIRY02495400.jpg400495김 우찬http://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22/07/LOGO202203.png김 우찬2026-06-01 23:31:592026-06-02 03:02:37퀘이형제, 광고 그리고 관절뼈대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작업한 스톱모션용 관절뼈대를 몇 가지 올려봅니다. 크기가 5cm인 초소형 뼈대부터 무려 60cm나 되는 대형 뼈대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서도 서로 다른 크기의 관절뼈대를 만들었죠. 이렇게 뼈대의 사이즈가 바뀌면 조인트에 가해지는 하중과 압력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뼈대별로 들어가는 조인트도 캐릭터에 따라 각기 다르게 디자인했지요.
관절뼈대 작업을 시작했던 초창기에는 몇 가지 공통된 부품만을 사용해 뼈대를 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그 치기 어린 생각이 산산조각 나기까지는 몇 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는데요. 그럼에도 당시엔 뼈대 한 세트를 만들기 위해 거의 매번 새로운 부품을 가공해야 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까지 작업량이 많아질 줄은 몰랐던 거죠.
24년이라는 경력을 갖춘 지금은 뼈대 작업의 속도가 훨씬 빨라졌습니다. 다만 스톱모션 프로젝트에 따라서는 기계 가공의 한계를 시험하는 창의적인 캐릭터를 작업해야 할 때도 있는데요. 그럴 때면 저 또한 고민을 거듭하며 애니메이팅 가능한 뼈대를 만들기 위해 상상력을 한껏 발휘해야 하죠. 작업의 난이도는 시간이 갈수록 이렇게 높아져만 가고, 제가 새벽에 출근하는 날도 점점 늘어가고 있답니다
https://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22/05/DSCF3390aaa.jpg400495김 우찬http://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22/07/LOGO202203.png김 우찬2022-05-31 02:47:322025-12-23 07:02:297명의 그분들(?)에게 사용될 관절뼈대 부품
https://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20/06/495Wuchan_ScolArma.jpg400495김 우찬http://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22/07/LOGO202203.png김 우찬2020-06-21 16:10:432025-12-23 05:18:472003년에 미국 원형사 친구를 위해 만든 전갈 관절뼈대
위 사진은 콤마스튜디오의 TV 시리즈 <보토스 패밀리>의 한 장면입니다. 메인 캐릭터와 그 주변을 둘러싼 새들을 애니메이팅하기 위해 Thinking Hand Studio에서 제작한 ‘리그(rig)’를 장착한 모습이죠. ‘리깅 시스템(rigging system)’이라고도 합니다. 이러한 장치를 한국에서는 대개 ‘워커’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스톱모션 작품을 애니메이팅할 때에는 퍼펫 움직임의 연속성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첫 프레임을 찍고 퍼펫을 미세하게 움직인 후, 그 다음 프레임을 찍는 스톱모션 애니메이팅의 특성상 작업 중간에 퍼펫의 동작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결과물의 움직임이 굉장히 부자연스러워지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애니메이터가 의도적으로 퍼펫을 움직이지 않는 한, 퍼펫은 멈춰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점프를 하거나 날아다니는 동작에서는 퍼펫이 공중에 떠 있는 프레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퍼펫은 그 자체로 허공에 멈춰 있는 게 불가능하죠. 이 때 필요한 장치가 바로 ‘리그’입니다. 리그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그 원초적인 역할은 공중에 떠 있는 퍼펫을 잡아주는 것입니다. 그래야 허공에 있는 퍼펫이 세트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바로 이전 프레임에서 하던 동작 그대로 멈춰 있을 수 있죠.
스톱모션 초기에는 리그 역할을 위해 실, 유리, 철사 등을 활용했습니다. 지금은 리그 또는 리깅 시스템이라고 하는 장치를 따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데, 그 형태는 나라별로, 스튜디오별로 다를 수 있습니다.
두꺼운 알루미늄 철사나 실, 유리 등을 사용하는 단순한 리그부터 복잡해 보이는 기어 리깅 시스템까지 그 방식은 다양합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기초적인 방식은 관절뼈대 부품을 이용한 리그로, 아마존닷컴 등에서 온라인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대형 스튜디오에서는 리깅 팀을 따로 운영하면서 자체적인 리깅 시스템을 개발합니다. 프로젝트에 맞게 리깅 시스템을 새로 제작하거나 커스터마이징하죠. 최근에는 리깅 시스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데요. 리그가 그 기본 역할을 넘어서서 촬영 시간을 단축하고 제작비를 절약하며 CG 합성을 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떨어지는 유자와 메인 캐릭터에 장착된 워커 – 한율 화장품 광고
사진에 나온 모든 리그는 기존에 사용되던 기어 방식의 리그를 변형한 시스템입니다. 기존 리그가 노후된 데다, 스톱모션 애니메이팅에 사용하기에는 몇 가지 불편한 점이 있어 제가 업그레이드했죠. 아마도 스톱모션을 잘 모르거나 엔지니어링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사람이 기존 리그를 설계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제가 업그레이드한 리깅 시스템도 100%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사용하면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또 나올 수 있겠죠. 미래에는 또 다른 누군가가 스튜디오의 환경에 더 잘 맞는 리그, 좀 더 디테일한 움직임을 위한 리그를 만들어나갈 겁니다. 제대로 된 전통이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