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작업한 스톱모션용 관절뼈대를 몇 가지 올려봅니다. 크기가 5cm인 초소형 뼈대부터 무려 60cm나 되는 대형 뼈대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서도 서로 다른 크기의 관절뼈대를 만들었죠. 이렇게 뼈대의 사이즈가 바뀌면 조인트에 가해지는 하중과 압력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뼈대별로 들어가는 조인트도 캐릭터에 따라 각기 다르게 디자인했지요.
관절뼈대 작업을 시작했던 초창기에는 몇 가지 공통된 부품만을 사용해 뼈대를 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그 치기 어린 생각이 산산조각 나기까지는 몇 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는데요. 그럼에도 당시엔 뼈대 한 세트를 만들기 위해 거의 매번 새로운 부품을 가공해야 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까지 작업량이 많아질 줄은 몰랐던 거죠.
24년이라는 경력을 갖춘 지금은 뼈대 작업의 속도가 훨씬 빨라졌습니다. 다만 스톱모션 프로젝트에 따라서는 기계 가공의 한계를 시험하는 창의적인 캐릭터를 작업해야 할 때도 있는데요. 그럴 때면 저 또한 고민을 거듭하며 애니메이팅 가능한 뼈대를 만들기 위해 상상력을 한껏 발휘해야 하죠. 작업의 난이도는 시간이 갈수록 이렇게 높아져만 가고, 제가 새벽에 출근하는 날도 점점 늘어가고 있답니다
위 영상을 제작한 게리 슈월츠 감독과는 15년 지기 친구입니다. 지난달 그로부터 제가 만든 관절뼈대를 사용한 영상이 완성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전시를 소개하는 영상이었는데 게으름 때문에 전시 막바지쯤 올려봅니다. ㅎㅎ
게리는 오랜 친구지만 그를 한마디로 소개하라면 대답하기가 애매합니다. 워낙 다양한 활동을 해서 말이죠. 현장에서 만난 가장 오래된 칼아츠 졸업생인 그는 디즈니를 비롯한 많은 애니메이션 회사 소속으로 일을 했습니다.
지금은 미시간 아트 스쿨에서 교편을 잡고 있지만, 전 세계 곳곳의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그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번 애니메이션 워크숍과 더불어 사회 봉사의 일환으로 애니메이션을 전파하러 다닙니다. 심지어 교도소까지도 말이죠.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타인과 공유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닌데…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멋있어지는 친구입니다.
This is a proof-of-concept prototype made in 2012 for a geared rig. It was for a friend studying at the National Film and Television School (NFTS) in the UK. I always make a proof of concept before I start working on an actual product. Based on this prototype and the actual geared rig, I’ve recently built a new geared rig for a stop-motion studio working on a TV series at the moment. I’ll unveil the new version of this geared rig soon.
뼈대이건 워커이건 제가 디자인한 제품은 완성 전에 항상 프로토타입 단계를 거칩니다. 요즘에는 디지털 기술이 워낙 발전해 제가 디자인한 제품의 모습을 컴퓨터 모니터에서 캐드를 통해 미리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품의 종류에 따라서는 실물을 직접 손으로 만들어보는 것이 더 효율적일 때가 있습니다. 복합적인 움직임이 들어가는 제품의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죠.
위 사진은 2012년에 만든 워커의 컨셉용 프로토타입입니다. ‘워커’란 스톱모션에서 캐릭터를 지지하고, 캐릭터가 걷고 뛰고 나는 액팅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비입니다. 해외에서는 워커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주로 리그(rig)라는 명칭으로 불립니다.
이제까지 현장에서 써왔던 워커는 구조적으로 문제가 많았습니다. 워커의 만듦새가 굉장히 초보적이면서 허술했고, 정밀도나 가공 마무리 측면에서도 지적할 만한 결점이 수두룩했기 때문이죠. 사실 워커 자체는 그렇게 복잡한 메커니즘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막상 제작하려면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워커가 퍼펫의 하중을 꾸준히 견디면서 부드러운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제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스튜디오에서 제게 위와 같은 스타일의 워커 제작을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작하지 않은 이유는 아무래도 예산 문제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에 언급한 것처럼 기존 워커의 여러 가지 오류를 수정하고 안정적인 움직임이 구현되도록 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생각보다 많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데, 주문 수량도 그리 많지 않거든요.
이런 이유로 워커 주문을 받지 않고 있었는데, 2012년 영국 국립영화학교(NFTS)의 작품에 참여하면서 워커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NFTS는 지속적으로 거래해온 클라이언트이기도 했고, 또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던 친구의 작품이라 참여 결정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워커를 제작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당시 워커에 필요했던 기능 자체가 딱 정해져 있고 단순 명확했기 때문이죠. 위 사진은 그 때 만들었던 프로토타입입니다.
당시 만들었던 워커의 메커니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해에는 새로운 워커를 디자인해 제작했습니다. 애니메이터의 액팅을 잘 보조하여 보다 정교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습니다. 이 새로운 워커는 몇 주 전부터 현장에 투입되어 애니메이터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의 2012년 버전 프로토타입이 2017년에 어떻게 탈바꿈했는지는 블로그를 통해 곧 공개하겠습니다.
https://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17/10/Lego_Rigtest.jpg400495김 우찬http://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22/07/LOGO202203.png김 우찬2017-10-01 18:04:342025-12-22 07:38:29레고블록의 다른 사용 예 – 스톱모션 워커 제작을 위한 컨셉용 시제품
I’ve made these tie downs for one stop-motion animation studio a couple years ago. The studio wanted to use wire armatures with small and thin feet. If you use these customized tie downs, there is no need to file down standard nuts. You can save your time and energy while getting your characters very small feet.
타이다운(Tie-down)이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촬영에서 인형을 세트 위에 고정시키기 위한 방식, 그리고 그 고정용 부품을 일컫는 말입니다. 위 사진은 알루미늄 철사(혹은 알사) 뼈대의 타이다운으로 사용되는 주문제작 너트입니다.
알사 뼈대를 제작할 때 가장 널리 사용되는 타이다운은 철물점에서 파는 기성품으로 나오는 규격 너트입니다. 그러나 규격 너트에는 알루미늄 철사를 감을 수 있는 측면 홈이 없기 때문에, 수작업을 통해 이 홈을 일일이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작은 캐릭터에 사용되어야 하는 소형 너트는 이 홈조차도 깊게 팔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규격 너트를 단단히 고정시키려면 에폭시 퍼티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캐릭터 발의 부피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단점에도 규격 너트는 가장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타이다운입니다.
위 부품 제작을 의뢰한 쇼타임 스튜디오는 금속관절뼈대를 주문할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이 촉박한 스톱모션 광고 작업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특별한 움직임을 위한 관절 부분을 제외하고는 인형 뼈대의 대부분이 알루미늄 철사입니다.
쇼타임 측에서는 평소 인형 제작 시에 두 가지를 고민했다고 합니다. 바로 제작 속도와 인형 발의 크기였습니다. 인형의 다른 부분은 철사 굵기 조절로 얇게 만들 수 있지만, 발은 그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작은 캐릭터의 경우에는 규격 너트를 사용한 탓에 몸집에 맞지 않는 큰 발을 가지게 되었죠. 또한 타이다운이 포함된 발을 제작하는 데에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쇼타임은 고민하던 끝에 규격 너트를 사용하지 않고 제게 알사 뼈대용 타이다운 너트 제작을 의뢰했습니다. 쇼타임 같은 상업 스튜디오는 적은 수의 인력으로 다수의 스톱모션 광고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기 때문에 시간 대비 효율은 수익과 직결됩니다. 쇼타임 대표인 김준문 감독은 타이다운 너트 제작을 통해 작업 시간 단축과 인형 발의 크기 축소를 동시에 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타이다운용 주문제작 너트는 심플한 디자인이지만,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 많은 업계 친구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쇼타임 스튜디오 또한 이 너트를 타이다운으로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김준문 감독은 알사 뼈대 제작 속도가 전에 비해 많이 빨라진 데다 평평하고 얇은 형태의 발을 만들 수 있어 캐릭터 디자인의 폭이 훨씬 더 넓어졌다고 말합니다.
단순한 디자인지만 기능에 충실한 커스텀 너트. 제가 만든 부품 중 가장 미니멀하게 보이지만, 그 효용만큼은 복잡한 부품들에 못지 않습니다.
위 영상은 한국에도 잘 알려진 벨기에 맥주 브랜드 레페의 광고 캠페인입니다. 시간을 다루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작업에 슬로우 타임이라는 레페 광고의 컨셉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퀘이 형제가 민들레 홀씨를 핀셋으로 하나씩 떼어내면서 애니메이팅하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가 않네요. 퀘이 형제의 나레이션을 통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애니메이션과 시간에 대한 개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짧은 영상임에도 이 광고는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The first time that we really began to look closely at the notion of time was by the animation. Because with animation when you’re filming every frame is one twenty-fourth of a second. 24 frames makes one second, so you’re making 24 movements, isolated movements. So right away, you’re, you’re slowing down time by the very nature of the animation technique. …
…but then we come back to the studio and you come up with these doors. You know that this space is hallowed space where time stops. Right away, you understand that this is where time gets severed and it’s opened up.”
2016년 여름 퀘이 형제가 일본 순회전시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도쿄 인근에서 열리는 첫 전시의 오프닝에 초청한다는 말에 여름휴가도 보낼 겸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일본에서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귀국해 그들과 안부를 주고받던 중에 인터넷에서 이 광고 캠페인을 발견하게 되었죠.
그런데 이 광고 영상을 보다가 보니 퀘이 형제의 차기 작품에 사용될 금속관절뼈대(armature)가 등장하더군요. 깜놀했습니다. ^^; 이 광고 영상을 발견했을 당시는 제가 퀘이 형제의 프로젝트에 뼈대 전문가로 참여해 의뢰받은 뼈대를 모두 완성하고 영국으로 발송한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이었습니다. 사실 금속관절뼈대는 인형의 내부에 들어가 인형을 지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외부에 노출이 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제 관절뼈대가 깜짝 공개되어 놀라기는 했지만, 광고에 멋지게 등장하니 그것도 나름 뿌듯하네요.
광고 영상을 통해서 2016년 상반기에 열심히 작업한 결과물을 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퀘이 형제의 프로젝트 참여는 20년이 다 되어 가는 제 금속관절뼈대 전문가(armature specialist) 경력에 아주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퀘이 형제가 제 관절뼈대를 알게 된 것은 2004년 멕시코 여행에서 들른 스튜디오에서였습니다. 그렇게 인연이 맺어져 올해로 13년째 퀘이 형제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퀘이 형제와 함께하는 작업에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상업 프로젝트와는 많이 다른 무게감을 느낄 수 있죠. 이런 묵직한 무게감 덕에 언제나 열정을 가지고 작업을 합니다. 물론 일을 하다보면 지칠 때도 있지만, 그들의 창조적인 프로젝트에 신선한 자극을 받고, 제 뼈대 작업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고민하게 됩니다.
위의 광고 영상에서 살짝 보이는 관절뼈대의 손 부분도 퀘이 형제의 프로젝트에서 자극을 받아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이 뼈대의 손을 만들면서 제가 가진 제작 리소스와 노하우를 모두 쏟아부었습니다. 이번 퀘이 형제 프로젝트를 통해 만든 관절뼈대 결과물 가운데 미적 기준에서나 완성도면에서나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 바로 이 손입니다. 퀘이 형제도 손 뼈대를 정말 만족스러워하더군요. 그들이 이번에 내놓는 스톱모션 작품에서는 제가 만든 손 뼈대가 고스란히 노출된다고 합니다. 나중에 퀘이 형제의 스톱모션이 개봉되면 그 때 거기에 사용된 뼈대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https://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17/08/QuayBrothers_Laffe_Slowtime.jpg400495김 우찬http://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22/07/LOGO202203.png김 우찬2017-08-06 13:57:462025-12-22 04:27:00퀘이형제의 레페맥주 광고에 함께 등장하는 내 관절뼈대
Tuba Entertainment has released a new episode of Winkle Bear series. Its stop-motion animation work was produced by Comma Studio in South Korea. Comma is currently working on this series, planning to complete three more episodes this year.
https://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17/01/1490442242_img_Series26Shorts2012028229.jpg700800김 우찬http://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22/07/LOGO202203.png김 우찬2017-01-21 07:01:432025-12-22 04:36:26Stopmotion series Winkle Bear’s new episodes
작년에 기아자동차 핸즈온(Hands-on)광고 시리즈에 사용할 실제 손 크기의 뼈대를 제작했습니다. 이 광고 시리즈에서는 손 캐릭터가 등장해 사람처럼 움직이며 춤을 춥니다. 손가락은 마치 팔 다리가 된 것처럼 움직입니다. 작년에는 퀘이 형제의 작품에 들어갈 아주 작은 손 뼈대도 제작했는데, 그 때에는 힌지 관절을 사용했습니다. 이 실물 크기의 손 뼈대에는 인간과 같은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볼앤소켓 관절이 들어갑니다.
This year, I had some clients asking me to make a hand armature. Earlier this year, I made tiny hand armatures for the Quay Brothers. And last month, I made a real-size hand armature for Kia Motors commercial series.
In the Kia commercials, this hand turns into a puppet and dance. Its fingers move as if they were arms and legs. Unlike the hinge jointed hand I made for the Quays earlier this year, I’ve used ball and socket joints for this one to create humanoid-like movements.
This armature is made based on a real human hand. So its size as well as the positions of its joints are exactly same as the real model hand. While finishing up this project, I once again realized that the human body is asymmetric. When you look at the fingers, you can see that the joints are machined to have curved surfaces. It takes longer time and harder work to machine parts in this way. And tie-downs are hidden in fingertips.
https://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16/12/Wuchan_Hand_Armature_김우찬-1.jpg426640김 우찬http://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22/07/LOGO202203.png김 우찬2016-12-06 22:10:382025-12-22 04:52:44Hand Armature for Kia motors commercials
‘Wingcle Bear’ is an animal character created by Tuba Entertainment in South Korea, which is well-known for a computer-animated series <Larva>. I have been working on a stop-motion animation series of it since this summer. Here’s the first episode. (Stop-motion series are producing in Comma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