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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이 형제(Quay Brother)의 새로운 장편인 ‘Sanatorium Under The Sign Of The Hour Glass’가 올해 제81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의 작가의 날(Giornate degli Autori) 섹션에 초청되어 월드 프리미어를 할 예정입니다. 퀘이 형제가 폴란드 작가 브루노 슐츠의 동명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과 라이브 액션을 혼합해 만든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번 영화는 퀘이 형제의 세 번째 장편으로, 작업 기간이 무려 19년이 넘습니다. 제가 지난 20년간 퀘이 형제의 여러 작품에 금속관절뼈대 스텝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작품인데요. 제가 참여한 첫 번째 퀘이 형제 작품이 20년 만에 드디어 월드 프리미어를 한다니 감개무량합니다. 퀘이 형제가 베니스에서 이 기나긴 여정을 마무리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지난 주에 퀘이 형제의 전시 준비가 한창인 전주 팔복예술공장에 다녀왔습니다. 급변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전시 오픈이 15일에서 20일로 연기되기는 했지만, 전주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수고하고 계시더군요.

퀘이 형제는 뉴욕현대미술관(MoMA )을 비롯한 여러 세계적인 갤러리에서 전시를 할 만큼 그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애니메이터 겸 영상 작가라 국내에서 형제의 전시를 볼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전주국제영화제 측의 노력으로 올해 퀘이 형제의 한국 전시가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퀘이 형제의 작품 속 초현실적인 장면을 담은 커다란 전시 현수막이 도시 재생으로 새롭게 태어난 폐공장 건물과 어우러진 모습을 보니 무척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더군요.

 

 

퀘이 형제가 2004년 멕시코에서 우연히 제 금속관절뼈대를 발견하고 연락을 해와 서로 인연을 맺게 된 지 벌써 15년이 넘었네요. 그 당시에도 두 분은 스톱모션 작업자들이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게 되는 거장이었습니다. 또한 작품의 몽환적인 분위기만큼이나 그들 자신도 업계에서는 베일에 싸인 존재였죠.

2005년 봄은 런던에서 팀 버튼 감독의 <유령신부> 촬영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고, 퀘이 형제와의 첫 협업인 <Sanatorium> 프로젝트가 시작되던 시기였습니다. 이 두 작품 모두에 관절뼈대 제작 스텝으로 참여하고 있던 저는 몇 가지 일을 정리하고자 런던에 다녀왔죠.

<유령신부>를 제작하던 스튜디오를 방문해 그곳 친구들에게 퀘이 형제의 스튜디오가 런던에 있다고 말하자 제작팀이 술렁이기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퀘이 형제는 동유럽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다들 추측하고 있을 정도로 미스테리한 존재였으니까요. 며칠 뒤 <유령신부>의 감독과 선임 애니메이터가 퀘이 형제의 연락처를 알려줄 수 있겠냐고 조심스럽게 묻더군요. 이후에 퀘이 형제를 자신들의 스튜디오에 초대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5월 20일 오픈 예정인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 >의 전시장 입구

이처럼 퀘이 형제는 스톱모션 작업자들도 꼭 한 번은 만나보고 싶은 애니메이터이자 아티스트입니다. 왜 이렇게 프로들까지 퀘이 형제에게 열광하는 것일까요? 형제의 작품을 논하는 수많은 논문과 평론이 쏟아지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학자도, 평론가도 아니기에 그러한 글들을 다 이해하기는 어렵더군요.

그래도 스톱모션 업계의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 입장에서 한 마디 하자면, 퀘이 형제의 범접할 수 없는 독보적 작품 세계는 단순히 테크닉이 뛰어나다고 해서 완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시선을 뗄 수 없도록 만드는 초현실적 미장센. 이건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닌 거죠. 퀘이 형제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하나의 영상 예술로까지 승화시킨 대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경지에 도달한 대가에 대한 존경을 표하고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퀘이 형제의 스튜디오를 영상 스케치로 담아 <퀘이>라는 다큐멘터리로 만든 게 아닐까요. 그리고 수많은 작업자들처럼 퀘이 형제의 스튜디오에 방문해보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구요…😂

 

 

<UPDATE> ※ 특별 전시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Welcome to the »Dormitorium«)’ 일정이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됨에 따라 불가피하게 연기되었습니다. 2020년 5월 20일(수) – 6월 21일(일)

 

천재지변과도 같은 코로나19 사태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드디어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가 5월 28일부터 6월 6일까지 열립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기 위해 무관객 영화제로 진행되는 점은 아쉽지만, 그래도 온라인 상영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네요.

올해 특별 기획전에 초청된 작가는 바로 퀘이 형제인데요. 형제의 작품 25편을 상영하는 스페셜 포커스는 추후 장기 상영회에서 공개된다고 합니다. 5월 15일부터 6월 21일까지는 전주 팔복예술공장에서 특별 전시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형제의 작품에 들어간 몽환적인 세트와 퍼펫을 관람할 수 있어 기대가 되네요. 그리고 퀘이형제의 신작<The Doll’s Breath (2019)>를 위해 제가 제작한 금속관절뼈대도 전시될 예정입니다.

퀘이 형제의 신작 <The Doll’s Breath>가 드디어 첫 선을 보입니다. 파리에서 지금 열리고 있는 에트랑쥬 영화제(L’Étrange Festival)에서 이번 주 수요일에 특별 상영으로 월드 프리미어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우루과이 작가인 펠리스베르토 에르난데스(Felisberto Hernández)의 소설 <수국(The Hortensias)>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네요.

이 작품의 프로듀서 중 한 명은 바로 우리에게 <인셉션>과 <인터스텔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입니다. 퀘이 형제의 덕후인 놀란 감독은 2015년 다큐멘터리 를 감독 및 제작하여 놀라움을 선사했죠. 헐리우드의 스타 감독이 대중성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쌍둥이 형제의 미스터리한 세계를 화면에 담았습니다. 전혀 어울릴 법하지 않은 세 사람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영화계에서는 화젯거리였습니다.

퀘이 형제는 스톱모션 장르를 이용해 몽환적이고 상징성이 가득한 초현실적 영상을 만들어온 작가입니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레이션, 광고, 뮤직 비디오, 프로덕션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전히 왕성한 작업을 하고 있죠. (레페 맥주의 광고 모델이기도 했습니다. ㅎㅎ)

BFI(영국영화협회)에서는 퀘이 형제의 전작을 감독 콜렉션 DVD로 출시한 바 있습니다. 또 MoMA(뉴욕현대미술관)에서는 2013년에 퀘이 형제의 스톱모션 세트, 퍼펫, 영상, 설치 작품, 일러스트레이션, 포스터, 사진 등으로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지금은 세계 각지를 순회하며 전시가 열리고 있죠. ( 모마전시 참고 링크 : https://www.moma.org/calendar/exhibitions/1223 )

퀘이 형제의 영상 작품은 작가주의적인 색채가 매우 강한데요. 기괴하고 난해하면서도 왠지 모를 호기심과 공포감을 자극하는 영상으로 전 세계에 충성도 높은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죠. 전설의 얼터너티브 록 밴드 너바나(Nirvana)의 커트 코베인도 퀘이 형제 덕후였다고 합니다. 뮤직 비디오 작업을 퀘이 형제에게 의뢰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얘기를 코베인이 직접 한 적도 있다고 하죠.

이번 <The Doll’s Breath> 월드 프리미어는 이 작품에 참여한 스텝인 제게도 의미가 큽니다. 또 퀘이 형제의 팬으로서도 많은 기대가 되네요. 이런저런 일정 때문에 파리에 직접 가서 작품을 보기는 어렵지만, 한국에서나마 티모시와 스티븐에게 축하를 보내고 싶습니다.

퀘이 형제의 The Black Drawing 아트 클로키의 Gumby Imagined

드디어 아마존에서 주문한 책이 도착했네요. 진작에 주문했어야 했는데 게으름 때문에 무작정 미루다 아마존에 재고가 몇 부 없는 걸 보고 부랴부랴 클릭질을 했죠. 위의 책 중 하나는 퀘이 형제(the Quay Brothers)의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집이고, 나머지 하나는 아트 클로키 감독(Art Clokey)과 그의 작업에 관한 책입니다.

퀘이 형제는 한국에서는 스톱모션 애니메이터이자 감독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일러스트레이터로 경력을 시작했고 요즘은 오페라와 발레 공연의 프로덕션 디자이너로도 활동하고 있는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들이죠. 작년에 출판된 <블랙 드로잉(The Black Drawing)>은 1974년부터 1977년까지 퀘이 형제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모은 책입니다.

저는 퀘이 형제의 일본 순회 전시를 두 차례 관람했는데요. 이 전시에서 스톱모션 관련 작품 외에도 실사 영화, 광고, 포스터, 책 삽화, 일러스트레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작업을 볼 수 있었죠. 퀘이 형제의 예전 작업에서 이후 스톱모션 작업과의 어렴풋한 연결 고리를 발견하게 되어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전시에서 본 일러스트레이션도 참 맘에 들어 이 책을 주문했죠.

<검비 이매진드(Gumby Imagined)>는 아트 클로키 사후에 아들인 조 클로키(Joe Clokey)가 기획하고 출판한 책입니다. 아트 클로키는 1950~60년대 클레이를 사용한 실험적인 시도로 애니메이션 역사에 한 획을 그었죠. 당시 클로키가 만든 <검비(Gumby)>라는 스톱모션은 윌 빈튼보다 한발 앞서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대중에게 각인시켰습니다. 그가 창조한 검비와 다비, 골리앗 같은 캐릭터들은 미국에서 한 시대를 풍미하는 아이콘이 되었고, 아직까지도 미국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저는 운좋게도 퀘이 형제와 아트 클로키 감독의 프로젝트에 모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역사에 있어 거장으로 칭송받는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참 영광이었죠. 이제 올 겨울 한동안 읽을 거리를 구했으니 차근차근 살펴보려고 합니다. 내용은 기회가 되면 소개하도록 할게요.

2016년 초봄, 두 가지 다른 버전의 손 관절뼈대를 만들었습니다. 실험적인 스톱모션으로 유명한 퀘이형제 작품에 들어가는 30cm 정도의 휴머노이드 뼈대에 장착될 손이었죠. 위의 이미지는 여러 테스트를 끝내고 마무리될 즈음에 기록으로 남긴 것입니다.

사진 속 연필과 손 관절뼈대와 비교해 보면 대충의 사이즈를 가늠할 수 있을 겁니다. 30cm 키를 가진 관절뼈대에 적당한 비율의 손인지라, 크기가 작을 뿐만 아니라 두께도 1mm도 채 안 되는 부분이 있을 정도로 얇습니다.

뼈대를 제작하다 보면 기계로 가공할 수 있는 한계치에 근접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위 사진 속의 손 관절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게다가 이번 작업은 손의 입체적이고 정교한 움직임을 아주 작은 공간에 집약시키는 게 관건이어서 좀 애를 먹었습니다.

20년 가까이 뼈대를 만들다 보니 퀘이형제를 위한 손 관절뼈대처럼 기억에 남는 뼈대가 꽤 있습니다. 다행히도 이번 작업은 복제본을 만들었지만,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클라이언트가 주문한 수량에 맞춰 제작한 관절뼈대 최종본은 바로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 실제로 사용됩니다. 스톱모션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 초반에 뼈대가 완성되어야 다른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뼈대 작업은 언제나 촉박한 스케줄에 쫓기는 편입니다. 그런데다 제작 시간도 많이 드는 터라 여벌의 복제본을 만들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100편 이상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제가 현재 소장하고 있는 뼈대 복제본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경력상 큰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의 뼈대 중 일부만 복제본을 만들어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 지인들이 제게 전시회를 하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할 때마다 곤혹스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죠. 전시에 필요한 작품 수를 채우기 위해 다시 복제본을 제작할 생각을 하니 너무 막막했거든요.

몇 달 전 지인에게 전시회 얘기를 또 들었습니다. 무관심했던 이전과는 달리 그 가능성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았죠. 이제 반백이 넘은 나이가 되면서 제가 이제껏 해 온 작업들을 한번은 정리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나 봅니다.

Last month I created armatures for Dunkin Donuts ads. The ad is finally launched today. Animation produced by Comma Studio, Korea.

스톱모션 광고 한 편이 올 연말 시즌광고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바로 던킨 도너츠 광고입니다. 귀여운 캐릭터의 아기자기한 움직임은 이 광고를 돋보이게 합니다. 그리고 디테일하고 심도가 느껴지는 세트와 소품은 여느 스튜디오 촬영과는 다른 스케일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번 광고는 스톱모션과 다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결과물의 차이점을 잘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이 멋진 광고의 스톱모션 제작은 <콤마 스튜디오>에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이 광고에 사용된 관절뼈대를 제작했습니다.

I first designed this hand armature part early in my career as an armature specialist. It has a simple design, yet has long been tested and has proved its value. This is why it’s my favorite part among other 30 hand armatures I’ve made so far. One of the studios I work with uses this item not only as a hand, but also as various parts such as a jaw, ear, wing, tail, and foot. It is rare to see that a single item has such wide usage.

위 사진에서 왼편에 있는 이미지는 Thinking Hand Studio의 페이스북 페이지 커버에 올려놓은 이미지의 일부분입니다. 그 오른쪽에 반원 형태로 모아놓은 부품은 그 이미지의 실물을 나란히 펼쳐놓은 것이죠. 이 부품 하나하나는 바로 퍼펫의 손에 해당합니다. 노란 황동 부분에 있는 네 개의 구멍에 와이어를 끼워서 왼편의 이미지처럼 완전한 손 형태를 만들 수 있지요.

그런데 이 손 뼈대용 부품은 제가 처음에 디자인한 의도와는 다르게 사용될 때도 많습니다. 뼈대에서 각 부품은 일반적으로 하나의 용도로 사용되지만, 이 손 뼈대용 부품의 경우에는 2mm도 채 안 되는 얇은 두께와 초소형 크기, 그리고 와이어 연결용 나사 구멍 덕분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제가 거래하는 스튜디오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템이죠. 제가 관절뼈대 작업을 시작한 초창기에 디자인한 손 뼈대 부품으로, 반복적인 검증과 현장 테스트를 거쳐야 했기 때문에 최종 버전이 나오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던 아이템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제가 더 애착을 가지고 있는 부품이기도 합니다.

이제까지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손 뼈대를 만들어 왔습니다. 위 부품보다 더 작은 손부터 실제 인간 손과 동일한 크기로 손가락 관절 마디마디가 움직이는 손까지 30가지 이상의 손 뼈대를 만들어 보았죠. 그 중에서도 위 사진의 손 뼈대용 부품은 가장 큰 확장성을 가지고 있는 부품입니다. 크기가 작고 두께가 얇아 퍼펫의 손을 작게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와이어도 보다 길게 연결할 수 있어 손의 움직임을 더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에서는 이 부품을 손 외에도 퍼펫의 여러 부위에 응용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간형 퍼펫의 얼굴에서는 입을 움직이기 위한 턱으로, 소형 퍼펫에서는 작고 얇은 발로, 동물 퍼펫에서는 꼬리, 귀, 날개 등으로 사용되고 있지요. 와이어로 다양하게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본래 용도 외에 무궁무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스튜디오에서 이 부품을 주문하는 수량이 많이 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공시간이 많이 길어서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는 사실…ㅠㅠ)

위 사진의 부품들은 콤마 스튜디오의 새로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TV 시리즈 <보토스>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이 시리즈의 메인 캐릭터인 고양이와 개의 귀 뼈대 용도로 주문을 받았죠. Thinking Hand Studio와 오랫동안 협업해온 콤마 스튜디오의 귀여운 캐릭터 안에서 제 뼈대가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I was recently involved in this stop-motion commercial project with custom joints for rigs. Robots weighing a lot more than 1kg each had to fly in this project. It was not that easy to make the joints that can withstand this weight because there were several restrictions in the rigging system.

얼마 전 쇼타임 스튜디오의 김준문 감독과 통화를 했습니다. 김준문 감독은 이번에 로봇 완구 광고를 찍어야 하는데, 무게가 무려 1kg가 넘는 로봇들이 나는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는 고민을 털어 놓았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요즘 굉장한 인기를 얻고 있는 투바앤의 <다이노코어>에 등장하는 로봇 캐릭터 광고였죠.

여기에서 문제는 로봇의 무게였습니다. 기존 조인트로는 이 무게를 감당할 수 없으니 이번 촬영에 적합한 맞춤형 조인트를 제작해 달라는 이야기였죠. 사실 이런 경우 전체 리그*를 통째로 바꾸는 게 가장 확실한 해결책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체 리그를 바꿀 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기존 리그와 호환이 될 수 있도록 8mm 볼을 사용하고 무게를 1.5kg 이상 견딜 수 있는 새로운 조인트를 만들었습니다.

커스텀으로 금속관절뼈대를 제작하는 저는 일상적으로 캐릭터의 특성에 맞게 뼈대를 조정합니다. 캐릭터의 움직임에 맞춰 특정 각도 내에서 조인트가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죠. 리그에서 사용되는 조인트를 만들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단, 리그용 조인트는 뼈대용 조인트에 비해 더 많은 하중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하죠.

이번 조인트 제작은 제게도 까다로운 과제였습니다. 이 맞춤형 조인트의 경우, 볼의 규격이 8mm로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일반적인 리그용 조인트보다 훨씬 더 많은 하중을 견딜 수 있어야 했습니다. 또한 애니메이팅을 위한 움직임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캐릭터가 날아다니는 동작을 애니메이팅해야 하는 경우, 순간적으로 볼에 하중이 집중될 수 있습니다. 이 때 리그가 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면 캐릭터가 나는 동작을 하다 한순간 추락합니다. 이렇게 비행 촬영을 하다 추락하는 경우, 스톱모션 작업에서는 100% 똑같은 캐릭터의 위치를 찾아서 촬영을 재개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애니메이터는 이 시퀀스를 처음부터 재촬영해야 합니다. 애니메이터 입장에서는 아주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위 영상은 이렇게 만든 맞춤형 조인트를 사용한 작업물입니다. 로봇이 나는 동작을 한 번 감상해 보시죠. 멋진 영상을 제작하여 공유해 주신 쇼타임의 김준문 감독에게 감사드립니다.

*‘리그(rig)’를 한국 스톱모션 업계에서는 종종 ‘워커’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해외의 스톱모션 업계에서는 주로 리그로 통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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