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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스톱모션 광고로 ‘메이플스토리M – 패스파인더’ 광고가 지난주 런칭했습니다. 스톱모션 제작은 콤마스튜디오가 담당하고, 저는 금속관절뼈대 제작으로 참여했죠. 이 광고에서는 단 30초 동안 온갖 화려한 스톱모션 기술이 현란하게 펼쳐집니다. 대형 세트와 더불어 불꽃, 조명, 점프, 뜀박질, 플라잉, 카메라 워크 등 가히 스톱모션 기술의 종합선물세트라 할 만합니다.

특히 캐릭터들의 역동적인 동작은 한 프레임씩 촬영하는 스톱모션에서 구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동시에 카메라 워크까지 더해지면 제작 난이도가 성큼 올라가죠. 자칫 CG로 보일 법한 부분까지 스톱모션으로 작업한 덕에, 스톱모션이라는 장르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광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역동적인 스톱모션이 더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의 영상도 확인해보세요. 콤마스튜디오에서 제작한 TV 시리즈 <보토스>의 ‘무사냥’편입니다. 메이플스토리M 광고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역동성을 강조한 액션 신을 통해 재미와 디테일까지 다 잡은 에피소드죠.

The last project I worked on in 2020. A commercial for McDonald’s Korea.

2020년을 마무리할 무렵 런칭된 새로운 맥도날드 광고입니다. 스톱모션 광고이지만, 자연스러운 애니메이팅 및 부드러운 화면 톤과 같은 고퀄 영상을 자랑하는 터라 또 한 번의 CG 논란(?!)이 예상되고 있죠. 저는 이번에도 퍼펫에 들어가는 금속관절뼈대 제작으로 광고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스톱모션은 한국의 대표적인 스톱모션 제작사인 콤마스튜디오에서 작업을 담당했습니다. 이 광고에서 재미난 사실은 화면에 등장하는 참신한 캐릭터들이 콤마에서 기획 및 제작 중인 신작 <단비와 깨비>의 주인공들이란 점입니다.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벌써 업계 전문가들이 이 신작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죠.

콤마스튜디오는 2020년 한 해만 해도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프롤로그를 필두로 신협 어부바, 한율 달빛유자, 배달의 민족, 메이플 스토리 등 다양한 브랜드의 광고를 통해 난이도가 매우 높은 스톱모션 영상 작업을 담당한 바 있습니다. 또한 자체 프로젝트로 TV 시리즈 <보토스 패밀리 2>를 제작했고 유튜브에서 <꾸앤까>를 비롯한 몇 개의 채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콤마스튜디오의 이런 다양한 이력에서 끊임없이 기술적 실험을 시도하고 엄청난 작업량을 소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역시 대한민국 스톱모션 업계를 굳건히 지키는 최고의 커머셜 스톱모션 스튜디오답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21년 새해에도 콤마스튜디오가 어떤 작품들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네요.

 

2020년 새해가 시작된지 한참 지났는데, 이제서야 올해 첫 글을 올립니다. 그동안 여러 일이 많아 좀 바빴거든요. 늦게나마 지난해 끝자락에 작업했던 광고 두 편을 공유합니다. 그런데 이 시국에 여행 관련 내용을 올리려니 약간 민망하네요.

이번 작업은 콤마스튜디오에서 만든 ‘익스피디아’ 광고로, 2019년 12월에 방송된 밝은 톤의 깔끔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두 편입니다. 러닝타임이 한 편당 15초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 좀 아쉬운 광고죠. 퍼펫의 움직임, 세트의 규모와 디테일 등 들여다볼 만한 부분이 많은데도 말입니다.

이번 뼈대 제작을 의뢰받았을 당시 이 광고 두 편의 총 제작 기간이 한 달 정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듣고 정말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 정도 분량의 광고는 총 제작 기간이 보통 두 달 정도는 걸릴 때가 많았거든요. 하지만 이번에는 빡빡한 일정으로 인해 뼈대 제작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굉장히 적었습니다. 게다가 뼈대 제작 난이도까지 꽤 높았어요. 하지만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은 뼈대를 기한에 맞춰 콤마스튜디오에 보낼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 만든 뼈대 중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죠.

추후에 콤마스튜디오에서 광고 완성본을 받아보았는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귀여운 스톱모션이 나왔더군요. 콘티상으로 개별 세트가 10개 정도 필요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 달 안에 그 세트를 모두 완성해 광고 안에 담은 모습을 보니 놀랍기도 하고요. 다만 아쉽게도 광고가 너무 짧아서 일반 시청자가 그런 면을 눈치채기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 익스피디아 광고는 작년에 제가 진행했던 마지막 작업이기도 하지만, 한결같은 제 징크스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한 해의 첫 작업과 마지막 작업의 난이도는 늘 동일하다는 제 징크스는 20년 가까이 깨지지가 않네요. 올해도 역시 첫 작업이 만만치 않았는데, 남은 한 해는 어떤 작업을 만나게 될지 기대됩니다…ㅋㅋ

 

 

프리메라 화장품의 <페퍼씨의 하루 – 버스 정류장 편> 광고입니다. 올가을 콤마스튜디오에서 제작된 총 3편의 연작 광고 중 하나이죠.

 

프리메라 화장품의 <페퍼씨의 하루 – 버스 정류장 편> 광고입니다. 올가을 콤마스튜디오에서 제작된 총 3편의 연작 광고 중 하나이죠.

 

콤마스튜디오에서 제작한 프리메라 화장품 광고입니다. 지난달에 공개되었죠. 늘 그렇듯 저는 관절뼈대로 참여했습니다. 이 광고의 첫인상은 참 꼼꼼하게 만들었다는 거예요. 스톱모션의 다양한 세부 기술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시청자에게는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화면이 실제로는 의도를 가지고 수작업으로 하나씩 만들어낸 장면이죠.

여느 직장에서 볼 법한 사무실의 책상에 무심하게 올려져 있는 파일철의 디테일. 작은 소품일 뿐인 에어컨이 실제로 작동되듯 움직이는 모습. 와이어를 심지 않고도 재미난 움직을 보여주는 종이 인형.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책상 위로 떨어지는 조명의 차이를 통해 이끌어낸 화면의 깊이감. 퍼펫의 얼굴에 광채 가득한 화사한 피부톤까지.

 

 

이 정도만 봐도 얼마나 꼼꼼하게 광고를 만들었는지 알 수 있죠. 언젠가 얘기했듯 스톱모션 제작에서 이러한 디테일은 바로 자신감의 표현이자 실력의 지표입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제작 기한이 촉박한 광고에서는 더욱 그렇죠. 뒤이어 후속 스톱모션 광고로 도서관 편도 곧 나온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귀여운 냥이 ‘달자’로 심쿵을 불러일으키는 한율의 달빛유자 두번째 광고가 공개되었습니다. 스톱모션 제작은 콤마스튜디오가, 퍼펫의 관절뼈대 제작은 제가 담당했죠.

첫 번째 달빛유자 광고에서도, 이번 광고에서도 느낄 수 있는 점은 바로 콤마스튜디오의 자신감입니다. 광고 작업은 대개 주어진 시간 안에 빠르게 제작하는 것이 관건인데요. 그래서 스톱모션으로 광고를 만들 때는 일정을 맞추기 위해 큰 동작 위주로 작업하게 됩니다.

그런데 스톱모션 광고에서 이렇게 디테일한 동작까지 세세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거죠. 뛰어난 실력과 현장 컨트롤 능력을 갖췄다는 말이니까요. 퍼펫의 동선부터 미세한 표정의 변화 하나하나까지 잡아내는 표현력. 유튜브 댓글만 봐도 사람들이 ‘달자’에게 얼마나 매력을 느끼는지 알 수 있죠.

 

 

2000년 전후로 우리나라에서 갑작스럽게 스톱모션 붐이 일었던 적이 있습니다. 우후죽순 생겨난 스튜디오들이 각자 국내 최고라는 수식어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본연의 실력을 작품으로 제대로 보여준 곳은 거의 없었죠.

그런데 콤마스튜디오의 최근 작업을 보면 이제 한국에도 제대로 된 제작 시스템과 마인드를 갖춘 스톱모션 스튜디오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장편과 TV 시리즈 제작을 통해 다져진 탄탄한 실력이 일관된 제작 시스템 안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콤마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콤마스튜디오의 TV 시리즈 <보토스 패밀리>의 한 장면입니다. 메인 캐릭터와 그 주변을 둘러싼 새들을 애니메이팅하기 위해 Thinking Hand Studio에서 제작한 ‘리그(rig)’를 장착한 모습이죠. ‘리깅 시스템(rigging system)’이라고도 합니다. 이러한 장치를 한국에서는 대개 ‘워커’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스톱모션 작품을 애니메이팅할 때에는 퍼펫 움직임의 연속성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첫 프레임을 찍고 퍼펫을 미세하게 움직인 후, 그 다음 프레임을 찍는 스톱모션 애니메이팅의 특성상 작업 중간에 퍼펫의 동작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결과물의 움직임이 굉장히 부자연스러워지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애니메이터가 의도적으로 퍼펫을 움직이지 않는 한, 퍼펫은 멈춰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점프를 하거나 날아다니는 동작에서는 퍼펫이 공중에 떠 있는 프레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퍼펫은 그 자체로 허공에 멈춰 있는 게 불가능하죠. 이 때 필요한 장치가 바로 ‘리그’입니다. 리그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그 원초적인 역할은 공중에 떠 있는 퍼펫을 잡아주는 것입니다. 그래야 허공에 있는 퍼펫이 세트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바로 이전 프레임에서 하던 동작 그대로 멈춰 있을 수 있죠.

 

 

스톱모션 초기에는 리그 역할을 위해 실, 유리, 철사 등을 활용했습니다. 지금은 리그 또는 리깅 시스템이라고 하는 장치를 따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데, 그 형태는 나라별로, 스튜디오별로 다를 수 있습니다.

두꺼운 알루미늄 철사나 실, 유리 등을 사용하는 단순한 리그부터 복잡해 보이는 기어 리깅 시스템까지 그 방식은 다양합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기초적인 방식은 관절뼈대 부품을 이용한 리그로, 아마존닷컴 등에서 온라인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대형 스튜디오에서는 리깅 팀을 따로 운영하면서 자체적인 리깅 시스템을 개발합니다. 프로젝트에 맞게 리깅 시스템을 새로 제작하거나 커스터마이징하죠. 최근에는 리깅 시스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데요. 리그가 그 기본 역할을 넘어서서 촬영 시간을 단축하고 제작비를 절약하며 CG 합성을 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떨어지는 유자와 메인 캐릭터에 장착된 워커 – 한율 화장품 광고

사진에 나온 모든 리그는 기존에 사용되던 기어 방식의 리그를 변형한 시스템입니다. 기존 리그가 노후된 데다, 스톱모션 애니메이팅에 사용하기에는 몇 가지 불편한 점이 있어 제가 업그레이드했죠. 아마도 스톱모션을 잘 모르거나 엔지니어링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사람이 기존 리그를 설계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제가 업그레이드한 리깅 시스템도 100%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사용하면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또 나올 수 있겠죠. 미래에는 또 다른 누군가가 스튜디오의 환경에 더 잘 맞는 리그, 좀 더 디테일한 움직임을 위한 리그를 만들어나갈 겁니다. 제대로 된 전통이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요.

작년 가을쯤 제가 뼈대를 제작했던 신협 ‘어부바 캐릭터편’ 광고가 요새 공중파에서 방송되고 있습니다. 귀여운 돼지 캐릭터와 광고의 따뜻한 톤이 잘 어우러진 스톱모션 광고죠. 국내에서 이 정도로 완성도가 빼어난 퍼펫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는 곳은 콤마 스튜디오(이하 콤마)뿐입니다.

몇 달 전 참여한 한율 화장품 광고와 이번에 나온 신협 광고를 통해 콤마가 이제껏 지향해온 스톱모션 스타일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는데요. 스튜디오 공동 대표인 이희영 감독과 양종표 감독이 창업 초기부터 공들여 왔던 콤마만의 스톱모션이 한껏 물오른 듯 합니다.

콤마가 만든 스톱모션의 중심에는 캐릭터의 절제된 움직임이 있습니다. 미국 스튜디오처럼 과하지 않고 영국 스튜디오처럼 번잡스럽지도 않습니다. 감성적인 화면 구성에,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은 퍼펫의 움직임을 보다 보면 저절로 스토리에 빠져들게 됩니다.

오래 전 국내 스톱모션 업계에서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이 한창 유행했었죠. 당시 대다수의 스튜디오들이 스톱모션 콘텐츠에서 파생된 2차 상품이라는 덫에 걸려 주객전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스토리나 캐릭터의 움직임 등 정작 중요한 작품 자체의 완성도에 주력하기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았죠. 과한 캐릭터와 세트, 과도한 컬러로 화면 안을 강박적으로 꽉꽉 채우려고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야 상품성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시절에 비하면 현재 콤마의 작업은 심플해 보인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도 영상을 통해 전하는 감성과 스토리의 힘은 그 당시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여백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프레임 속에서 캐릭터의 움직임을 더 돋보이게 만들고 있거든요. 이게 심플해 보여도 결코 심플한 작업이 아닙니다. 관객의 몰입을 지속적으로 유도하는 건 제작 현장에서 왠만한 내공을 쌓지 않고서는 정말 하기 어려운 일이거든요.

콤마는 국내 스톱모션 생태계에서 아주 드문 형태의 스튜디오입니다. 상업 스튜디오임에도 불구하고 무모할 정도로 독자적인 스타일과 제작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거든요. 그런 열정과 용기 덕에 콤마의 작업 완성도는 세계적인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지만 스톱모션의 가치가 평가절하된 국내 시장에서 그만한 완성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일이죠. 그래서 늘 걱정 어린 마음으로 콤마의 행보를 지켜보게 됩니다.

한국 스톱모션 분야는 여러 이유로 인해 업계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그 규모가 축소되었습니다. 이런 척박한 상황에서 콤마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스톱모션 스튜디오의 독자 생존을 실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결과에 따라 한국 토종 스톱모션의 미래를 예견해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든 콤마의 노력이 한국 스톱모션의 미래에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은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