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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여름이 다 갔네요. 올해는 여러 행사와 작업에 참여하느라 시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시국 때문인지 올해는 광고보다는 장기 프로젝트가 많은 편입니다. 특이하게도 올해는 뮤직비디오와 드라마 인트로 작업에 참여했는데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 일반 대중에게 많이 노출되고 인기도 얻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이번에 참여한 뮤직비디오 작품은 뮤지션 다운(Dvwn)의 <콘크리트>라는 곡입니다. 다운은 아티스트 지코가 설립한 코즈(KOZ) 엔터테인먼트 소속 뮤지션이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제작은 콤마스튜디오에서 담당했습니다. 이 작품은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스톱모션 뮤직비디오로, 유튜브 조회수가 무려 300만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전하는 풋풋한 감성의 사랑 이야기로 국내외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죠.

이 정도 퀄리티와 러닝타임을 가진 웰메이드 스톱모션 뮤직비디오는 국내든 해외든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스톱모션 뮤직비디오를 보게 되더라도 그 수준이 저질일 때가 많죠. 제작 여건상 살짝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긴 해도 이렇게 프로의 손길이 느껴지는 수준급 스톱모션을 우리나라에서 제작했다는 점이 자랑스럽습니다.


귀여운 냥이 ‘달자’로 심쿵을 불러일으키는 한율의 달빛유자 두번째 광고가 공개되었습니다. 스톱모션 제작은 콤마스튜디오가, 퍼펫의 관절뼈대 제작은 제가 담당했죠.

첫 번째 달빛유자 광고에서도, 이번 광고에서도 느낄 수 있는 점은 바로 콤마스튜디오의 자신감입니다. 광고 작업은 대개 주어진 시간 안에 빠르게 제작하는 것이 관건인데요. 그래서 스톱모션으로 광고를 만들 때는 일정을 맞추기 위해 큰 동작 위주로 작업하게 됩니다.

그런데 스톱모션 광고에서 이렇게 디테일한 동작까지 세세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거죠. 뛰어난 실력과 현장 컨트롤 능력을 갖췄다는 말이니까요. 퍼펫의 동선부터 미세한 표정의 변화 하나하나까지 잡아내는 표현력. 유튜브 댓글만 봐도 사람들이 ‘달자’에게 얼마나 매력을 느끼는지 알 수 있죠.

 

 

2000년 전후로 우리나라에서 갑작스럽게 스톱모션 붐이 일었던 적이 있습니다. 우후죽순 생겨난 스튜디오들이 각자 국내 최고라는 수식어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본연의 실력을 작품으로 제대로 보여준 곳은 거의 없었죠.

그런데 콤마스튜디오의 최근 작업을 보면 이제 한국에도 제대로 된 제작 시스템과 마인드를 갖춘 스톱모션 스튜디오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장편과 TV 시리즈 제작을 통해 다져진 탄탄한 실력이 일관된 제작 시스템 안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콤마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2016년 초봄, 두 가지 다른 버전의 손 관절뼈대를 만들었습니다. 실험적인 스톱모션으로 유명한 퀘이형제 작품에 들어가는 30cm 정도의 휴머노이드 뼈대에 장착될 손이었죠. 위의 이미지는 여러 테스트를 끝내고 마무리될 즈음에 기록으로 남긴 것입니다.

사진 속 연필과 손 관절뼈대와 비교해 보면 대충의 사이즈를 가늠할 수 있을 겁니다. 30cm 키를 가진 관절뼈대에 적당한 비율의 손인지라, 크기가 작을 뿐만 아니라 두께도 1mm도 채 안 되는 부분이 있을 정도로 얇습니다.

뼈대를 제작하다 보면 기계로 가공할 수 있는 한계치에 근접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위 사진 속의 손 관절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게다가 이번 작업은 손의 입체적이고 정교한 움직임을 아주 작은 공간에 집약시키는 게 관건이어서 좀 애를 먹었습니다.

20년 가까이 뼈대를 만들다 보니 퀘이형제를 위한 손 관절뼈대처럼 기억에 남는 뼈대가 꽤 있습니다. 다행히도 이번 작업은 복제본을 만들었지만,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클라이언트가 주문한 수량에 맞춰 제작한 관절뼈대 최종본은 바로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 실제로 사용됩니다. 스톱모션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 초반에 뼈대가 완성되어야 다른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뼈대 작업은 언제나 촉박한 스케줄에 쫓기는 편입니다. 그런데다 제작 시간도 많이 드는 터라 여벌의 복제본을 만들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100편 이상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제가 현재 소장하고 있는 뼈대 복제본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경력상 큰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의 뼈대 중 일부만 복제본을 만들어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 지인들이 제게 전시회를 하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할 때마다 곤혹스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죠. 전시에 필요한 작품 수를 채우기 위해 다시 복제본을 제작할 생각을 하니 너무 막막했거든요.

몇 달 전 지인에게 전시회 얘기를 또 들었습니다. 무관심했던 이전과는 달리 그 가능성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았죠. 이제 반백이 넘은 나이가 되면서 제가 이제껏 해 온 작업들을 한번은 정리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나 봅니다.

위의 이미지는 워커를 위해 만든 부품 사진입니다.  몇 주간 계속하고 있는 작업이기도 하지만 최근에 금속가공에 관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어서 겸사겸사 이 이미지를 올립니다. 카운트보링은 볼트의 머리가 가공면 위로 돌출되지 않게 하기 위해 홈을 파는 작업을 말합니다.

위 사진의 부품에 보이는 둥근 홈을 파는 가공을 일컫는 기술적인 용어입니다. 해외 어떤 분이 이걸 무슨 대단한 기술처럼 말하더군요. 이 기술이 마치 뼈대의 고급 기종과 저급 기종을 나누는 것처럼 말이죠ㅎㅎ.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입니다. 카운터 보링은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단순 테크닉입니다.

예전 한 스튜디오에서 만들었던 몇천 원짜리 청계천표 조인트에도 카운트 보링이 나 있습니다. 그게 그리 고급스러운 기술이라면 그 조인트가 볼을 다 갉아 먹고, 압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단순히 어떤 기술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좋은 뼈대와 나쁜 뼈대를 구분 짓지는 않습니다. 사실 이런 구닥다리 선입견은 우리나라에도 있었습니다. 한 20년 전에 말이죠.

카운트 보링은 단순 테크닉인지라 필요할 때 사용하면 됩니다. 인형을 만들다 보면 특정 재질로 인형을 만들거나 피부를 얇게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러면 카운트 보링으로 조인트 면의 높이와 볼트 대가리의 높이를 비슷하게 맞추면 인형제작과 내구성에 도움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뼈대 조인트에 카운트 보링을 넣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 사용하는 뼈대일 경우에는 말이죠. 이것은 저의 경험치이기도 하지만 작업장의 다른 엔지니어들의 공통적인 의견이기도 합니다. 이유는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