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 작업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네요. 극단적으로 다른 크기의 관절뼈대를 번갈아 가면서 작업하고 있으니까요. 지난달에는 10cm도 안 되는 키에 얇은 팔 다리를 가진 소형 캐릭터의 뼈대 작업을, 지난주에는 키가 50cm인 대형 캐릭터의 뼈대 작업을 끝냈습니다. 이번에는 다시 키가 6cm 정도 되는 초소형 캐릭터의 뼈대 작업을 위해 기계를 세팅하며 작업하고 있죠. 위 사진은 그 뼈대의 부품입니다.
스톱모션 작가가 상상력을 구현할 수 있도록 뼈대를 통해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 관절뼈대 제작자로서의 제 역할인데요. 하지만 일반적인 공장 시스템의 관점에서 보면 뼈대 제작은 극악의 비효율성을 자랑합니다. 수억이 넘는 고가의 기계를 여러 대 사용하는 데다 세밀한 수작업 가공 공정까지 들어가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현존하는 기술과 엔지니어링의 한계를 뛰어넘는 작가의 상상력까지 더해지는 작업의 경우에는 난이도도 급상승하게 됩니다. 일반적인 크기와는 다른, 초소형 뼈대나 대형 뼈대를 만들려면 한정된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연구와 테스트를 진행해 새로운 솔루션을 찾아내야 하죠. 20년이라는 관절뼈대 제작 경력을 갖고도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https://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19/05/4956센티작업중.jpg400495김 우찬http://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22/07/LOGO202203.png김 우찬2019-05-16 21:00:132025-12-23 03:44:16롤러코스터 같은 올 상반기 관절뼈대 작업
위 사진은 현재 참여 중인 TV 시리즈 시즌 2에 나오는 한 메인 캐릭터의 발입니다. 키가 50cm나 되는 큰 캐릭터인데, 이러한 대형 뼈대도 초소형 뼈대만큼이나 작업이 까다롭죠. 시즌 1 프로젝트에서도 똑같은 캐릭터의 뼈대를 제작한 바 있지만, 한 번 해본 작업이라고 해서 더 쉬워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이전 뼈대와의 동일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더 골치가 아프죠. 수작업이 굉장히 많이 필요한 작업이거든요.
시즌 1 프로젝트 작업에서는 이 캐릭터와 다른 캐릭터 간에 상체 부품을 공유할 수 있도록 가슴 쪽부터 만들었습니다. 캐릭터들이 비슷비슷한 크기이면 가능한 일이죠. 그러나 이번 시즌 2 프로젝트에서는 뼈대 작업 의뢰를 받은 캐릭터들 사이에 크기 차이가 너무 커서 공유할 수 있는 부품이 아예 없습니다. 그래서 맨 밑부분부터 차근차근 만들어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들어가기 전에는 김진만 감독의 작품에 들어갈 주인공 뼈대 작업을 마쳤습니다. 한국 인디 스톱모션계의 대표 작가인 김 감독과는 두 번째 작업이었죠. 난이도가 높은 아이 캐릭터의 관절뼈대라 제작 기간만 3주나 걸릴 정도였습니다. 그 작업도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정말 만만치 않네요. 연휴가 막 끝나서인지 작업 속도도 느립니다. 하루 동안 작업한 양이 저 정도니까요. 내일은 속도를 더 올려야겠습니다.
Last March, I made armatures for a Korean cosmetics commercial linked. At the time, I received this urgent order from Comma Studio. The schedule was quite tight, so I had to rush to set up all the machines and make those armatures. It feels great now to see the commercial on air in various media.
링크된 광고에는 지난 3월에 작업한 뼈대가 사용되었습니다. 당시 콤마 스튜디오가 아래 광고 프로젝트 때문에 급하게 작업을 요청했었죠. 정신없이 기계를 세팅하고 뼈대를 작업했는데, 이번 달부터 여러 매체에서 그 결과물을 볼 수 있어 뿌듯하네요.
This is the final version of my armature created last year for “Dancing Frog”, a Korean stop-motion short by Jinman Kim. Director Kim is currently making another animated short titled “A Cursed Boy” this year. I completed making a new armature yesterday for this whole new film. I’m going to share this thin, tiny armature work once the film gets released later this year.
김진만 감독의 새로운 단편 <저주 소년(가칭)>에 사용될 관절뼈대 작업을 이제 막 끝냈습니다. 김 감독은 한국 독립 스톱모션을 대표하는 작가로, 대표작인 <소이연과 <오목어>로 국내외 유명 영화제에서 수상한 바 있는데요. 이번에는 어떤 멋진 작품이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위 사진은 지난해 공개된 김 감독의 <춤추는 개구리>에 들어간 관절뼈대의 최종 버전입니다.
https://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19/04/Ipart495.jpg400495김 우찬http://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22/07/LOGO202203.png김 우찬2019-04-30 23:18:422025-12-23 03:45:37결국엔 손으로 깎았다 _ 작은 뼈대에 들어갈 부품
작년 가을쯤 제가 뼈대를 제작했던 신협 ‘어부바 캐릭터편’ 광고가 요새 공중파에서 방송되고 있습니다. 귀여운 돼지 캐릭터와 광고의 따뜻한 톤이 잘 어우러진 스톱모션 광고죠. 국내에서 이 정도로 완성도가 빼어난 퍼펫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는 곳은 콤마 스튜디오(이하 콤마)뿐입니다.
몇 달 전 참여한 한율 화장품 광고와 이번에 나온 신협 광고를 통해 콤마가 이제껏 지향해온 스톱모션 스타일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는데요. 스튜디오 공동 대표인 이희영 감독과 양종표 감독이 창업 초기부터 공들여 왔던 콤마만의 스톱모션이 한껏 물오른 듯 합니다.
콤마가 만든 스톱모션의 중심에는 캐릭터의 절제된 움직임이 있습니다. 미국 스튜디오처럼 과하지 않고 영국 스튜디오처럼 번잡스럽지도 않습니다. 감성적인 화면 구성에,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은 퍼펫의 움직임을 보다 보면 저절로 스토리에 빠져들게 됩니다.
오래 전 국내 스톱모션 업계에서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이 한창 유행했었죠. 당시 대다수의 스튜디오들이 스톱모션 콘텐츠에서 파생된 2차 상품이라는 덫에 걸려 주객전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스토리나 캐릭터의 움직임 등 정작 중요한 작품 자체의 완성도에 주력하기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았죠. 과한 캐릭터와 세트, 과도한 컬러로 화면 안을 강박적으로 꽉꽉 채우려고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야 상품성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시절에 비하면 현재 콤마의 작업은 심플해 보인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도 영상을 통해 전하는 감성과 스토리의 힘은 그 당시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여백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프레임 속에서 캐릭터의 움직임을 더 돋보이게 만들고 있거든요. 이게 심플해 보여도 결코 심플한 작업이 아닙니다. 관객의 몰입을 지속적으로 유도하는 건 제작 현장에서 왠만한 내공을 쌓지 않고서는 정말 하기 어려운 일이거든요.
콤마는 국내 스톱모션 생태계에서 아주 드문 형태의 스튜디오입니다. 상업 스튜디오임에도 불구하고 무모할 정도로 독자적인 스타일과 제작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거든요. 그런 열정과 용기 덕에 콤마의 작업 완성도는 세계적인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지만 스톱모션의 가치가 평가절하된 국내 시장에서 그만한 완성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일이죠. 그래서 늘 걱정 어린 마음으로 콤마의 행보를 지켜보게 됩니다.
한국 스톱모션 분야는 여러 이유로 인해 업계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그 규모가 축소되었습니다. 이런 척박한 상황에서 콤마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스톱모션 스튜디오의 독자 생존을 실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결과에 따라 한국 토종 스톱모션의 미래를 예견해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든 콤마의 노력이 한국 스톱모션의 미래에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은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https://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19/02/SHIN.jpg400495김 우찬http://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22/07/LOGO202203.png김 우찬2019-03-04 03:20:192025-12-23 06:43:01이 광고 참 따스하~다~. 3D로 대체할 수 없는 스톱모션 감성_ 신협 광고 1
This is a trailer of <Dancing Frog> by Jinman Kim. You can see my armature move inside the body of the lead character in light green.
김진만 감독의 2018년 신작 <춤추는 개구리>의 트레일러입니다. Thinking Hand Studio에서 주인공 개구리의 관절뼈대를 제작했습니다.
김진만 감독의 신작 <춤추는 개구리(Dancing Frog)>의 예고편이 나왔습니다. 김진만 감독은 <소이연>, <그물>, <오목어> 등의 작품으로 다수의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죠. 현재 한국 인디 스톱모션계를 선도하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김 감독의 작품은 언제나 묵직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작품이 상업물에 비해 약간 투박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작품 속에 내포된 풍부한 은유를 통해 김 감독의 심오한 세계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춤추는 개구리>는 전작들보다 분위기가 좀 더 가볍습니다. 모노톤이던 예전 작품과는 달리 신작에서는 화려하고 맑은 컬러를 시도했고, 캐릭터에 보다 역동적인 움직임을 부여했죠. 김 감독이 기존의 틀을 깨고 나와 파격적인 실험을 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보냅니다.
https://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18/09/Dancing_Frog495400.jpg400495김 우찬http://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22/07/LOGO202203.png김 우찬2018-09-05 09:26:582025-12-22 11:23:40개구리 캐릭터의 움직임에 반하다- 김진만 감독의 신작
https://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18/05/botosFamily02.jpg400495김 우찬http://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22/07/LOGO202203.png김 우찬2018-05-14 17:49:402025-12-22 08:57:44첫 방송 예정인 스톱모션 T.V series ‘보토스 패밀리’
I found that some armatures sold these days are almost identical to my early armature designs. So much so that I thought those armatures were mine at first. My armatures with these early designs sold well worldwide from 2001 to 2003. Yet, I have been using different designs with a lot of improvements and modifications since then. Still, I’m proud of my early designs.
위 사진의 뼈대 디자인은 17년 전 2001년에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보면 아쉬운 부분들이 보이지만 저에겐 아주 자랑스러운 뼈대입니다. 첫 공식 판매 버전이고 미국과 유럽에서 꽤나 인기가 있어던 관절뼈대 디자인입니다. 지난 포스트로도 말씀드렸지만, 이 버전들은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도했던 양산 뼈대 제작을 위한 실험이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서 현재도 사용하고 있는 <우찬 모듈>이라고 불리는 뼈대 제작 방식이 탄생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심심찮게 온라인으로 이와 유사한 스타일을 가진 뼈대를 볼 수 있습니다. 닮았다고 하기에는 너무 메커니즘이 같아 처음엔 제가 만든 건지 착각했습니다. 먼저 말씀드리지만 그런 제품들을 비난하고, 누가 먼저니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이 포스트를 쓰는 것은 아닙니다. 어짜피 사람 머리에서 나오는 생각이란 것이 비슷비슷하니깐요. 오래전에 커스텀 제작자로 변신하면서 이때 디자인된 똑같은 모듈 부품은 만들지 않습니다. 현재는 디자인된 부품이 가진 몇 가지 약점을 개선해 전통적인 뼈대제작 방식과 결합했습니다. 양산보다는 수공을 더 강화했습니다. 그래서 기계의 가공 한계치를 넘어선 다양한 종류의 뼈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굳이 사용상 한계가 있는 범용 뼈대를 만들 계획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디자인과 메커니즘의 비슷함에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단지 제가 걱정하는 것은 우리의 생각입니다. 현장에는 유럽이나 미국의 스톱모션이 우리보다 선진적이라는 선입견을 품은 분들이 꽤 있습니다. 물론 우리보다 나은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만 우리가 가진 자원이 훨씬 훌륭한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 편견 때문에 시간이 지나 제 작업이 잊힐까 솔직히 걱정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제가 만들었다는 사실이 제가 카피했다는 식으로 전달 될 수 있다는 우려스러움에 이렇게 기록으로 남깁니다.
https://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18/04/Early_WuchanModule_2001_2002C.jpg400495김 우찬http://thinkinghand.co.kr/wp-content/uploads/2022/07/LOGO202203.png김 우찬2018-05-05 11:22:422025-12-23 11:17:202000년대 초에 제작된 우리의 유니크한 관절뼈대 방식을 기록해 봅니다. NO.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