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 for: 스톱모션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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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날씨가 아쉽기만 한 올봄, 신협의 두 번째 스톱모션 광고가 나왔습니다. 신협 어부바 시리즈의 첫 번째 광고는 완성도 높은 스톱모션으로 큰 인기를 얻었죠. 유튜브 조회수가 무려 650만 회를 넘어섰답니다. 특히 알록달록 귀여운 돼지 캐릭터가 굿즈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깜찍하고 앙증맞네요.
어부바 시리즈의 스톱모션 제작사인 콤마스튜디오는 콘티에 있던 평면적 캐릭터를 포동포동한 입체적 캐릭터로 재창조해냈습니다. 이에 더해 캐릭터에 귀욤귀욤한 움직임을 불어넣고, 따스한 색감으로 동화적인 분위기도 이끌어냈죠. TV 시리즈로 나온다고 해도 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스톱모션입니다.
2020년 새해가 시작된지 한참 지났는데, 이제서야 올해 첫 글을 올립니다. 그동안 여러 일이 많아 좀 바빴거든요. 늦게나마 지난해 끝자락에 작업했던 광고 두 편을 공유합니다. 그런데 이 시국에 여행 관련 내용을 올리려니 약간 민망하네요.
이번 작업은 콤마스튜디오에서 만든 ‘익스피디아’ 광고로, 2019년 12월에 방송된 밝은 톤의 깔끔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두 편입니다. 러닝타임이 한 편당 15초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 좀 아쉬운 광고죠. 퍼펫의 움직임, 세트의 규모와 디테일 등 들여다볼 만한 부분이 많은데도 말입니다.
이번 뼈대 제작을 의뢰받았을 당시 이 광고 두 편의 총 제작 기간이 한 달 정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듣고 정말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 정도 분량의 광고는 총 제작 기간이 보통 두 달 정도는 걸릴 때가 많았거든요. 하지만 이번에는 빡빡한 일정으로 인해 뼈대 제작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굉장히 적었습니다. 게다가 뼈대 제작 난이도까지 꽤 높았어요. 하지만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은 뼈대를 기한에 맞춰 콤마스튜디오에 보낼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 만든 뼈대 중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죠.
추후에 콤마스튜디오에서 광고 완성본을 받아보았는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귀여운 스톱모션이 나왔더군요. 콘티상으로 개별 세트가 10개 정도 필요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 달 안에 그 세트를 모두 완성해 광고 안에 담은 모습을 보니 놀랍기도 하고요. 다만 아쉽게도 광고가 너무 짧아서 일반 시청자가 그런 면을 눈치채기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 익스피디아 광고는 작년에 제가 진행했던 마지막 작업이기도 하지만, 한결같은 제 징크스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한 해의 첫 작업과 마지막 작업의 난이도는 늘 동일하다는 제 징크스는 20년 가까이 깨지지가 않네요. 올해도 역시 첫 작업이 만만치 않았는데, 남은 한 해는 어떤 작업을 만나게 될지 기대됩니다…ㅋㅋ
Q.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학생입니다. 이번 수업에서 스톱모션을 배우게 됐는데요. 관절뼈대를 사용해보면 어떨까요?
A. 스톱모션을 시작하려는 예비 애니메이터에게 관절뼈대(armature) 구입 및 사용에 관련된 문의를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제까지는 매번 개인적으로 답장을 해드렸는데요. 웹사이트를 통해 답변을 공유하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FAQ를 시작해봅니다.
스톱모션 시작 단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금속관절뼈대에 큰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저도 스톱모션 수업을 처음 들었을 때 가장 신기했던 부분 중 하나가 관절뼈대였죠. 당시는 지금과 달리 관절뼈대에 관한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관절뼈대는 아드만이나 윌빈튼 같은 대형 스톱모션 제작사가 사용하는, 탁월한 애니메이팅의 비결처럼 여겨졌죠.
이런 이유로 한때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관절뼈대만 있으면 순식간에 프로 수준의 스톱모션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다 겪어본 과정인지라 문의하는 분들이 관절뼈대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그렇지만 저는 배우는 시기에 관절뼈대를 사용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째, 실력을 키우는 시기에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움직임을 시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련된 말 같은 금속관절뼈대보다는 야생마 같은 알루미늄 철사 뼈대(이하 알사뼈대)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죠. 입문자들이 다양한 애니메이팅을 익히고 실험하려면 움직임의 한계 없이 원하는 방향대로 얼마든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알사뼈대가 더 좋거든요. 알루미늄 철사의 유연성을 이용해 하나의 동작을 만들어보며 애니메이팅의 스펙트럼을 넓혀갈 수 있죠.
반면, 금속관절뼈대는 사람의 몸과 마찬가지로 관절의 움직임 반경에 어느 정도 제한이 있습니다. 대신에 정제되고 다듬어진 움직임을 보여주죠. 그러나 마음껏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움직임을 탐구해본 이후에 금속관절뼈대를 사용해야만 그 진면목이 드러납니다. 애니메이터의 실력에 따라 결과물의 편차가 크니까요.
둘째, 알사뼈대를 만드는 과정은 캐릭터의 움직임을 계획하고 연구하는 시간입니다. 스톱모션에서 뼈대는 단순히 퍼펫을 지탱하는 도구가 아니라, 퍼펫의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도구죠. 알사뼈대를 직접 만들어보면 철사를 자르고 꼬아서 배치하는 과정을 거치며 관절의 위치와 움직임에 대해 고민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퍼펫 전체의 움직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시나리오상의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으로도 연결됩니다. 퍼펫과 뼈대를 만드는 작업을 통해 평면이 아닌 3차원에서 캐릭터의 특성을 입체적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인 거죠.

이렇듯 알사뼈대를 사용해 다양한 움직임을 자유롭게 탐구하고 근본적으로 고민해보는 경험은 스톱모션 초심자가 기본기를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한번 몸으로 익힌 탄탄한 기본기는 탁월한 실력으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되죠.
물론 금속관절뼈대의 장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초심자는 금속관절뼈대의 장점을 제대로 살려내기가 쉽지 않죠. 또한 금속관절뼈대가 다 비슷비슷해 보여도 꼼꼼히 살펴보면 그 품질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금속관절뼈대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번 글에서 풀어보도록 할게요.
귀여운 냥이 ‘달자’로 심쿵을 불러일으키는 한율의 달빛유자 두번째 광고가 공개되었습니다. 스톱모션 제작은 콤마스튜디오가, 퍼펫의 관절뼈대 제작은 제가 담당했죠.
첫 번째 달빛유자 광고에서도, 이번 광고에서도 느낄 수 있는 점은 바로 콤마스튜디오의 자신감입니다. 광고 작업은 대개 주어진 시간 안에 빠르게 제작하는 것이 관건인데요. 그래서 스톱모션으로 광고를 만들 때는 일정을 맞추기 위해 큰 동작 위주로 작업하게 됩니다.
그런데 스톱모션 광고에서 이렇게 디테일한 동작까지 세세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거죠. 뛰어난 실력과 현장 컨트롤 능력을 갖췄다는 말이니까요. 퍼펫의 동선부터 미세한 표정의 변화 하나하나까지 잡아내는 표현력. 유튜브 댓글만 봐도 사람들이 ‘달자’에게 얼마나 매력을 느끼는지 알 수 있죠.
2000년 전후로 우리나라에서 갑작스럽게 스톱모션 붐이 일었던 적이 있습니다. 우후죽순 생겨난 스튜디오들이 각자 국내 최고라는 수식어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본연의 실력을 작품으로 제대로 보여준 곳은 거의 없었죠.
그런데 콤마스튜디오의 최근 작업을 보면 이제 한국에도 제대로 된 제작 시스템과 마인드를 갖춘 스톱모션 스튜디오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장편과 TV 시리즈 제작을 통해 다져진 탄탄한 실력이 일관된 제작 시스템 안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콤마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THIS IS COUNTER BORING!
카운터 보링(counter boring)은 나사의 머리를 가공면 안으로 넣을 수 있도록 구멍을 파는 자리파기 가공을 말합니다. 이렇게 하면 나사의 머리가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죠. 이 명칭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사실 고도의 복잡한 가공은 아닙니다. 그냥 필요에 맞게 사용하는 일반적인 가공 방식이죠. 제 뼈대에서는 부품에 따라 꼭 필요한 자리에 카운터 보링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위 사진은 초소형 뼈대에 들어가는 관절의 부품입니다. 관절 부분을 최대한 얇게 만들기 위해 카운터 보링으로 가공했죠. 우리 쪽 동네에서는 이렇게 작은 면적과 두께를 가진 부품에 카운터 보링을 해야지 기계 좀 만진다 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일전에 페이스북 댓글에서 유럽에 있는 어떤 분이 관절뼈대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카운터 보링을 언급했는데요. 그 댓글을 읽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엄청나게 복잡한 가공 방식도 아닌데 뭔가 굉장히 대단한 것처럼 얘기를 하니까요. 제게는 그저 필요에 맞게 사용하는 평범한 가공 방식일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