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 for: 관절뼈대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작업한 스톱모션용 관절뼈대를 몇 가지 올려봅니다. 크기가 5cm인 초소형 뼈대부터 무려 60cm나 되는 대형 뼈대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서도 서로 다른 크기의 관절뼈대를 만들었죠. 이렇게 뼈대의 사이즈가 바뀌면 조인트에 가해지는 하중과 압력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뼈대별로 들어가는 조인트도 캐릭터에 따라 각기 다르게 디자인했지요.

관절뼈대 작업을 시작했던 초창기에는 몇 가지 공통된 부품만을 사용해 뼈대를 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그 치기 어린 생각이 산산조각 나기까지는 몇 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는데요. 그럼에도 당시엔 뼈대 한 세트를 만들기 위해 거의 매번 새로운 부품을 가공해야 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까지 작업량이 많아질 줄은 몰랐던 거죠.

24년이라는 경력을 갖춘 지금은 뼈대 작업의 속도가 훨씬 빨라졌습니다. 다만 스톱모션 프로젝트에 따라서는 기계 가공의 한계를 시험하는 창의적인 캐릭터를 작업해야 할 때도 있는데요. 그럴 때면 저 또한 고민을 거듭하며 애니메이팅 가능한 뼈대를 만들기 위해 상상력을 한껏 발휘해야 하죠. 작업의 난이도는 시간이 갈수록 이렇게 높아져만 가고, 제가 새벽에 출근하는 날도 점점 늘어가고 있답니다

 

‘쿠키런: 마녀의 성’ 광고는 근래 보기 드물게 잘 만든 스톱모션입니다. 캐릭터 디자인뿐 아니라 기술적으로 자연스럽게 무게감이 느껴지는 애니메이팅도 탁월하죠. 또한 대형화된 캐릭터와 세트를 통해서만 가능한 표현을 볼 수 있는데요. 그건 바로 조명과 그림자를 통해 표현된 디테일한 비주얼과 화면 가득 느껴지는 공간감입니다. 이번 광고를 위해 제가 제작한 마녀 관절뼈대의 크기만 해도 60cm에 달합니다. 일반적인 관절뼈대의 크기가 대개 18cm 정도이니 마녀 캐릭터가 얼마나 큰지 아시겠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구성 요소를 대형화하면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세심한 표현이 가능하고 다양한 비주얼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심도를 더해줄 수 있어 화면에 공간감을 부여해 줍니다. 그러나 대형화하는 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건비와 제작 시간이 증가하기 때문에 결국 제작 비용도 늘어나게 되죠. 게다가 일정 크기 이상의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소규모 스튜디오가 대부분인 우리나라의 스톱모션 제작 환경에서는 캐릭터와 세트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형화는 제작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분명한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디테일한 표현에서는 좀 불리한 것도 사실이죠. 그래서 장편 스톱모션을 많이 제작하는 영미권에서는 큰 규모의 캐릭터와 세트를 사용할 때가 많습니다. 이번에 모처럼 한국에서도 초대형 세트와 캐릭터를 가지고 만든 고퀄리티의 스톱모션 광고를 보게 되어 반갑네요.

 

프로젝트 : 분 단위 초신선 장보기, 배민B마트⚡️(본편)

광고주 : 우아한형제들

대행사 : HSAD

프로덕션 : 엘리먼트픽쳐스, 플랜잇

Stop-motion animation 제작 : (주) Comma Studio

김진만 감독을 필두로 한 후무후무스튜디오에서 <먼지요정 후와 무>라는 제목의 신작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지난해부터 유튜브에 공개 중입니다. 이 시리즈는 2020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차세대 플랫폼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된 작품입니다.

<먼지요정 후와 무>는 기본적으로 퍼펫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입니다. 하지만 퍼펫 캐릭터 외에도 실제 사람과 동물까지 등장시키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 실사 촬영을 결합하는 과감한 시도를 했죠. 이렇게 스톱모션의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실험 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여기에 천지영 공동감독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작한 귀여운 캐릭터와 동화적인 스토리 전개, 화면을 가득 채운 아기자기한 소품들에 김진만 감독의 디테일한 애니메이팅까지. 이 시리즈에는 연령을 불문하고 누구나 좋아할 만한 레트로 감성의 따스함과 포근함이 가득합니다.

대형 스톱모션 스튜디오에서조차 만만히 여길 수 없는 시리즈물을 독립 스튜디오에서 제작한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일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후무후무스튜디오는 한 달에 한 편씩 약 4~5분 분량의 에피소드를 유튜브에 꾸준히 공개하고 있습니다. 시리즈가 마무리되기까지 고된 작업이 되겠지만 후무후무스튜디오의 노력에 응원을 보냅니다.

<먼지요정 후와 무>는 제가 김진만 감독과 함께한 세 번째 작품입니다. 이번 캐릭터에 사용된 금속관절뼈대의 크기는 6센치 밖에 되지 않습니다.

Youtube Channel link

스톱모션 제작 : 콤마스튜디오

 

2021년 한 해를 정리하면서 마지막으로 참여한 ‘배달의 민족’ 광고입니다. 스톱모션 제작은 콤마스튜디오에서 담당했습니다. 이번 광고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 정말 멋지죠. 소품과 세트, 애니메이팅 어느 하나 빠짐없이 탁월한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습니다.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스톱모션 스튜디오답네요.

  • Client 광고주: 우아한 형제들 (Woowa Brothers)
  • Agency 대행사: HS애드 (HS Ad)
  • Production 프로덕션: (주)애딕트미디어필름 (Addict Media Films)
  • Stopmotion & Characters 스톱모션 및 캐릭터 제작: (주)콤마스튜디오 (Comma Studio)

 

 

 

 

The last project I worked on in 2020. A commercial for McDonald’s Korea.

2020년을 마무리할 무렵 런칭된 새로운 맥도날드 광고입니다. 스톱모션 광고이지만, 자연스러운 애니메이팅 및 부드러운 화면 톤과 같은 고퀄 영상을 자랑하는 터라 또 한 번의 CG 논란(?!)이 예상되고 있죠. 저는 이번에도 퍼펫에 들어가는 금속관절뼈대 제작으로 광고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스톱모션은 한국의 대표적인 스톱모션 제작사인 콤마스튜디오에서 작업을 담당했습니다. 이 광고에서 재미난 사실은 화면에 등장하는 참신한 캐릭터들이 콤마에서 기획 및 제작 중인 신작 <단비와 깨비>의 주인공들이란 점입니다.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벌써 업계 전문가들이 이 신작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죠.

콤마스튜디오는 2020년 한 해만 해도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프롤로그를 필두로 신협 어부바, 한율 달빛유자, 배달의 민족, 메이플 스토리 등 다양한 브랜드의 광고를 통해 난이도가 매우 높은 스톱모션 영상 작업을 담당한 바 있습니다. 또한 자체 프로젝트로 TV 시리즈 <보토스 패밀리 2>를 제작했고 유튜브에서 <꾸앤까>를 비롯한 몇 개의 채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콤마스튜디오의 이런 다양한 이력에서 끊임없이 기술적 실험을 시도하고 엄청난 작업량을 소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역시 대한민국 스톱모션 업계를 굳건히 지키는 최고의 커머셜 스톱모션 스튜디오답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21년 새해에도 콤마스튜디오가 어떤 작품들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네요.

 

<UPDATE> ※ 특별 전시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Welcome to the »Dormitorium«)’ 일정이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됨에 따라 불가피하게 연기되었습니다. 2020년 5월 20일(수) – 6월 21일(일)

 

천재지변과도 같은 코로나19 사태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드디어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가 5월 28일부터 6월 6일까지 열립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기 위해 무관객 영화제로 진행되는 점은 아쉽지만, 그래도 온라인 상영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네요.

올해 특별 기획전에 초청된 작가는 바로 퀘이 형제인데요. 형제의 작품 25편을 상영하는 스페셜 포커스는 추후 장기 상영회에서 공개된다고 합니다. 5월 15일부터 6월 21일까지는 전주 팔복예술공장에서 특별 전시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형제의 작품에 들어간 몽환적인 세트와 퍼펫을 관람할 수 있어 기대가 되네요. 그리고 퀘이형제의 신작<The Doll’s Breath (2019)>를 위해 제가 제작한 금속관절뼈대도 전시될 예정입니다.

 

2020년 새해가 시작된지 한참 지났는데, 이제서야 올해 첫 글을 올립니다. 그동안 여러 일이 많아 좀 바빴거든요. 늦게나마 지난해 끝자락에 작업했던 광고 두 편을 공유합니다. 그런데 이 시국에 여행 관련 내용을 올리려니 약간 민망하네요.

이번 작업은 콤마스튜디오에서 만든 ‘익스피디아’ 광고로, 2019년 12월에 방송된 밝은 톤의 깔끔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두 편입니다. 러닝타임이 한 편당 15초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 좀 아쉬운 광고죠. 퍼펫의 움직임, 세트의 규모와 디테일 등 들여다볼 만한 부분이 많은데도 말입니다.

이번 뼈대 제작을 의뢰받았을 당시 이 광고 두 편의 총 제작 기간이 한 달 정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듣고 정말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 정도 분량의 광고는 총 제작 기간이 보통 두 달 정도는 걸릴 때가 많았거든요. 하지만 이번에는 빡빡한 일정으로 인해 뼈대 제작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굉장히 적었습니다. 게다가 뼈대 제작 난이도까지 꽤 높았어요. 하지만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은 뼈대를 기한에 맞춰 콤마스튜디오에 보낼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 만든 뼈대 중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죠.

추후에 콤마스튜디오에서 광고 완성본을 받아보았는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귀여운 스톱모션이 나왔더군요. 콘티상으로 개별 세트가 10개 정도 필요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 달 안에 그 세트를 모두 완성해 광고 안에 담은 모습을 보니 놀랍기도 하고요. 다만 아쉽게도 광고가 너무 짧아서 일반 시청자가 그런 면을 눈치채기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 익스피디아 광고는 작년에 제가 진행했던 마지막 작업이기도 하지만, 한결같은 제 징크스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한 해의 첫 작업과 마지막 작업의 난이도는 늘 동일하다는 제 징크스는 20년 가까이 깨지지가 않네요. 올해도 역시 첫 작업이 만만치 않았는데, 남은 한 해는 어떤 작업을 만나게 될지 기대됩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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