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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일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장편 <치에리와 체리>에 등장하는 쥐 캐릭터의 금속관절뼈대입니다. 이 뼈대는 너무나도 작은 사이즈 때문에 이 프로젝트에서 테스트 버전이 가장 많이 나온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제가 이제껏 만든 볼앤소켓 금속관절뼈대 가운데 가장 작은 사이즈이기도 합니다

This is an armature for a mouse character in a newly released feature, Chieri and Cherry. For this Japanese animation, I’ve made various types of armatures including humanoids, four- and two-legged animals in different sizes from about 5cm to 50cm.

It was quite time-consuming to make various types of armatures in a small quantity. Yet the most challenging part in this project was to make all the customized parts in so many different sizes. In order to make these customized parts and finalized armatures, I needed to spend a lot of time communicating with the puppet fabrication team and the animation team.

This mouse character had to go through the same process. It was supposed to have a lot of movements, so the studio definitely wanted to have a ball-and-socket armature for it. Due to its tiny size, this armature became one of the most tested versions in the project. And it’s the smallest full-bodied armature in ball and socket I’ve ever made so far.

Hyundai Motors has recently begun running a brand new commercial for the World Rally Championship 2016. This ad was produced by Comma Studio, Inc., one of the major stop-motion studios in South Korea. The studio has mostly been focusing on features and TV series, as well as various commercials for global companies such as Amway, Samsung and LG.

Comma Studio has made several big sets representing various cities that hold the championship throughout the year. The animators have done an excellent job in creating dynamic speed and thrill of the sport. This commercial has shown technical know-how and skills of the professionals in Comma Studio. I’ve heard that it took them six weeks for the total production.

I was recently involved in a stop-motion feature film titled Chieri and Cherry as armature specialist. Japanese production company Frontier Works Inc. has lately released a new trailer for this film with English subtitles. It will be screening in Japan soon.

The film is about a little girl Chieri, who found a stuffed toy named Cherry at her dad’s funeral. Chieri goes on a journey with Cherry, straddling the line between reality and fantasy. On the course of the journey, she learns some important things about life.

This feature is directed by Makoto Nakamura, who supervised the remake of Russian puppet animation Cheburashka a few years ago. This is my second participation for Director Nakamura’s feature as armature supervisor.

Behind the Scenes

 

세대를 아우르는 마니아층을 보유한 레고(LEGO)나 플레이모빌(Playmobile) 같은 피규어들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오브제로 자주 사용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톱모션 스타일의 CG영화 <레고 무비(The LEGO Movie, 2014)>가 개봉되어 그 사그라들지 않는 인기를 다시 한 번 과시하기도 했지요.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 11월 플레이모빌을 이용한 진에어 광고가 런칭되었습니다. 1차 광고인 ‘후쿠오카’편의 뒤를 이어 12월에는 2차로 ‘코타키나발루’편이 나왔구요. 이 두 편의 광고는 친근한 피규어들의 신나고 경쾌한 리듬감을 볼 수 있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입니다. 애니메이팅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스톱모션용 인형이 아닌, 움직임에 제약이 있는 피규어를 그대로 사용한 탓에 애니메이팅에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 광고 컨셉에 맞는 흥겨운 분위기와 움직임이 멋지게 표현된 광고입니다.

이 광고를 제작한 사람은 ‘쇼타임 스튜디오‘의 김준문 감독입니다. 이미 업계에서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캐리커처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김준문 감독의 대표작인 무한도전의 클레이 애니메이션과 메리츠 화재의 퍼펫 애니메이션 광고는 다들 한 번쯤 접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작년 12월에는 국내에서 제작한 스톱모션 광고가 미디어에 유달리 자주 노출되었습니다. 최소 네 편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요. 확인해본 결과, 모두 쇼타임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광고였습니다. 이렇게 많은 수의 광고가 동시다발적으로 방영된 점, 그리고 그 모든 광고를 특정 스튜디오에서 전부 만들었다는 점은 스톱모션 업계에서 그리 흔한 일이 아닙니다.김준문 감독은 한 달에 최소 두 편 정도의 광고 제작에 참여한다고 합니다. 많게는 한 달에 네 편이나 되는 광고에 참여한다고 하니 준비와 촬영기간이 짧은 광고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히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더군요.

 

김준문 감독

 

감독의 쇼타임 스튜디오를 생각하면 클레이 애니메이션이 자연스럽게 먼저 떠오릅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거장 윌 빈튼도 극찬한 김준문표 캐리커처 캐릭터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쇼타임 스튜디오의 포트폴리오를 찬찬히 살펴보면 최근 몇 년간은 스톱모션의 다양한 세부 장르에 도전하고 실험하는 시기였고 지금은 10여년이 넘은 그의 치열했던 경력에서 나온 솜씨가 완숙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김준문 감독은 컷아웃, 픽실레이션, 페이퍼, 피규어, 의류, 가방 등 거의 모든 오브제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광고를 만들고 있습니다. 오히려 다루지 않은 오브제를 찾는 게 더 빠를 정도죠. 지상파나 케이블, 그리고 인터넷에서 봤던 다양한 스톱모션 광고들 중 열에 아홉은 김준문 감독의 쇼타임 스튜디오에서 만든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KT, SK텔레콤 등의 통신사 광고에서부터 다음, 코카콜라 같은 대기업 광고, 그리고 유아용 장난감 광고까지 말이지요.

우리나라에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광고나 홍보영상 제작에 참여할 경우, 손이 여간 빠르지 않은 애니메이터가 아니고서는 광고주와 광고 프로덕션을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제작기간이 매우 짧거나 애니메이터가 광고 촬영장에 당일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어느 프로덕션이 알음알음 고용한 애니메이터의 서투른 실력 때문에 촬영 당일 광고주 앞에서 낭패를 봤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김준문 감독이 제작한 무한도전 스톱모션에 사용된 캐릭터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제작을 실제 담당하는 사람이 어떤 작업을 얼마나 많이 했느냐, 즉 다시 말해 ‘경험’이 중요한 건 광고 촬영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돌발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노하우와 순발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알기로 광고 촬영시 혼자 인형과 세트를 수정하며 애니메이팅까지 할 수 있는 경험 많은 감독급 인력은 두어 명에 불과합니다. 김준문 감독은 광고 프로덕션과 여러 작업을 함께 하며 쌓은 신뢰를 통해 지금처럼 많은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실 스톱모션 스튜디오 입장에서 세트와 퍼펫을 이용한 스톱모션은 오브제를 이용한 스톱모션보다 시간과 노동력의 측면에서 더 큰 부담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퍼펫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광고와 홍보물의 단가가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쇼타임 스튜디오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있자면 김 감독이 효율적인 스튜디오 운영에 대해 고심한 흔적들을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습니다. 김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자타공인 최고 실력자이면서도 본인의 주특기 장르만이 아니라 스톱모션 세부 장르로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현실적인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환영할 만한 건 우리나라에도 여러 가지 오브제를 사용해 스톱모션의 다양한 모습을 일반인에게 보여주는 쇼타임과 같은 스튜디오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스톱모션하면 퍼펫이나 클레이애니메이션이 전부라고 알고 있는 일반적인 선입견을 깨고 있다는 말이죠. 이거야말로 진정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대중화’가 아닌가 합니다.

 

콤마스튜디오의 양종표 대표

 

톱모션 스튜디오의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김준문 감독의 ‘쇼타임 스튜디오’는 광고시장의 다변화된 니즈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한사람의 천재성을 기반으로한 감독 중심의 스튜디오 형태를 정착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스톱모션의 확장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상업 스튜디오의 생존방법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지요. 반면, 앞서 다른 포스트에서 다룬 적이 있는 양종표, 이희영 두 감독의 ‘콤마 스튜디오’의 경우에는 척박한 한국 스톱모션 환경에서 유기적인 팀 작업을 위한 전문가 스텝 시스템을 꾸준히 실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두 스튜디오는 지속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면서 한국적 스튜디오 시스템을 연구하는 것만이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선례를 한국 스톱모션 역사에 남기고 있습니다. 저는 전설의 사업가 감독들이 자신들의 스튜디오가 스톱모션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등의 번지르르한 사탕발림으로 젊은 스텝들을 선동했야만 했던 시절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지저분한 흔적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지금 이 순간, 더 명확해진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우리 스톱모션 역사가 꾸준히 활동하는 작업자의 몫이라는 사실입니다. 오늘도 촬영을 하고 있을 쇼타임 스튜디오의 김준문 감독 같은 대중예술 작업자들 말입니다. 2015년 새해에는 좋은 작업자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암웨이 기업광고는 오랜만에 보는 신토불이(^-^) 풀 스톱모션 광고입니다.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한 극강 비주얼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광고에서는 크기의 왜곡이 없는 라이프 사이즈의 세트가 사용됐는데요. 광고에 나오는 서랍 안 모형 및 풍경의 크기는 작아서 애니메이팅하기 적당한 사이즈가 아니라는 걸 아실 겁니다.

여기에서는 서랍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작은 크기의 인형들로 속칭 ‘떼샷’이라고 불리는 그룹 애니메이팅이 능수능란하게 이뤄지는, 꽤 난이도가 높은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농사짓는 모습의 트랙킹샷이 나오는 초반부와 낙하산이 떨어지면서 낮과 밤이 바뀌는 빌딩숲을 촬영한 마지막 부분은 이 광고의 백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던 멋진 장면들입니다.

이 광고를 만든 콤마스튜디오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흥미로운 회사입니다. 콤마는 제작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가지고 자력으로 300여 평의 스튜디오 공간을 마련했고, 작업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모션 컨트롤러와 같은 고가의 제작 장비에 아낌없는 투자를 해왔습니다. 이 암웨이 광고에서 볼 수 있는 부드러운 화면 이동은 보유한 두 대의 모션 컨트롤러를 사용한 결과물입니다.

또한 콤마는 10년 넘게 꾸준히 장편 및 시리즈 프로젝트를 담당해온 파트별 스텝들을 보유하고 있어 장편까지도 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다소 한국적 풍토에서는 희귀한(?!) 스톱모션 전문 스튜디오입니다. 이 스튜디오는 출발점 자체가 장편과 시리즈물 제작이었기 때문에 제작능력과 작업의 질적인 면에서 여타 스튜디오들과는 확연하게 차별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타 애니메이션보다 스텝 개개인의 기여도가 높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서는 다양한 프로젝트에서의 경험을 통해 세월로 다음어진, 숙련된 인적자원을 보유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번 암웨이 광고에서 콤마의 다져진 팀워크를 엿볼 수 있다고 봅니다. 게다가 몇 주 안되는 짧은 시간에 세트 제작부터 촬영까지 마쳤다고 하니 콤마의 제작능력에 다시금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나라의 작업 환경에서 상업 스튜디오의 스텝으로 한 회사에서 오랜 기간 동안 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스튜디오조차 살아남기 힘든 작은 시장 규모가 그 주된 이유이긴 하지만, 스텝들의 고혈을 짜냈다는 입소문이 전해지는, 이름만 번드르르한 사업가 사장님들도 여기에 한몫했습니다. 이제는 결과적으로 실력 좋은 스텝들은 이미 업계를 떠났고, 그나마 남아 있는 인력 또한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업계라 부르기 창피할 정도로 몇 곳 안되는 스튜디오들은 인력난이라는 악순환을 겪게 된지 오래입니다.

이렇게 상업 스튜디오가 살아남기 힘든 현실에서도 수익성과 제작의 질이라는 두 화두를 안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콤마스튜디오의 열정에 오랜 시간 업계에서 동고동락한 동료로서 큰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스톱모션 역사가 비교적 짧은 국내에도 해외의 웬만한 스튜디오를 능가하는 콤마와 같은 규모의 스튜디오가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Behind The Sce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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