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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d no idea that this animation would become a huge hit on YouTube. It has more than 4.2 million views on YouTube now. Almost all Korean babies and little kids have watched this animation song. This video was animated by ShowTime Studio in South Korea.

콘텐츠 제작을 하면서 팬들의 반응을 예측하기란 어렵습니다. 돈을 어마어마하게 투자했지만 폭망하는 프로젝트가 있지만, 적은 자본으로 컨셉 하나만 가지고 대박 나는 경우도 있죠. 물론 인기 애니메이션 뽀로로의 크롱 캐릭터를 이용한 위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다른 경우일 수 있습니다. 워낙 인지도가 높고 꾸준히 투자해온 캐릭터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스톱모션 제작이란 한쪽 면에 맞춰 이 방귀송을 본다면, 정말 저비용 고효율의 절대 강자이지 않을까 싶네요. 벌써 유투브 조회수 4.2백만을 훌쩍 넘었습니다. 이쯤이면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가 봤을 수도 있습니다. 역시 인기는 하늘이 점지해 주는 건가요?! 스톱모션 제작은 김준문 감독의 쇼타임 스튜디오에서 했고, 저는 리깅과 알사뼈대의 타이다운으로 참여했습니다.

 

<무한도전>이 13년간의 방송을 이제 마무리 했습니다. 오랜 팬으로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종방을 계기로 제가 참여했던 무한도전 클레이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추억해 봅니다. 다음 글은 제가 스톱모션 코리아가 커뮤니티였던 시절, 김준문 감독과 함께 만든 인터뷰 형식의 제작기 입니다.

 

<1부에서 이어집니다>

 

Q. 인형을 바닥에 고정하는 방법은 무엇이었나요?

A.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서는 캐릭터의 고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번 작업에서는 밑에서 자석으로 고정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Q. 자석 타이다운(tie-down)을 사용하려면 바닥 자체부터 일반세트 바닥과 달라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김 감독의 제작 방식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A. 처음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하는 분이라면 캐릭터를 바닥에 안전하게 고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이게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서는 가장 기본이고,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캐릭터를 바닥에 고정시키는 방법으로는 볼트 고정 방식과 자석 고정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저는 자석 고정 방식으로 무한도전 애니메이션을 촬영했습니다. 캐릭터의 발바닥을 철판으로 만들고 테이블 밑에서 자석으로 고정시킵니다. 이때 캐릭터가 서 있는 테이블 판의 두께가 두꺼우면, 자석의 자력이 캐릭터 발바닥에 미치는 힘이 약해집니다. 최대한 테이블 판을 얇은 것으로 하되, 너무 얇아 출렁이면 안 됩니다. 자신의 촬영 테이블의 사이즈에 맞는 적절한 두께를 사용해야 합니다. 혹, 테이블 판이 출렁인다면 중간에 지지대로 받쳐 주면 됩니다.

자석의 자력은 기본적으로 강한 것이 좋습니다. 화방이나 문구점에서 파는 자력으로는 캐릭터를 세우는 데 무리가 있습니다. 을지로 자석 가게에 가면 다양한 자석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캐릭터을 한쪽 발로 비스듬히 서 있게 할 수 있는 자석 정도면 충분합니다. 테스트가 필요하겠죠. 발이 작은 캐릭터는 자석으로 고정하기 힘듭니다. (주의! 자석을 사용하면 신용카드가 마그네틱 부분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저도 두 번이나 겪었답니다. ^^)

 

table

두께3mm 타공철판 사용예, 철판의 중앙 부분이 늘어지는 것을 막기위해 철판의 네면을 꺾어 주었습니다.

 

질문자 Stopmo 우찬의 부가설명

전 스톱모션에서 사용되는 캐릭터 고정방식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세트 바닥면에 인형을 고정시키는 전통적인 방법을 타이다운(tie-down)이라고 합니다. 나비너트와 볼트의 장력을 이용하여 인형을 바닥면에 고정시키는 방법이죠. 캐릭터를 견고하게 고정시킨다는 장점이 있지만 움직임이 많은 캐릭터의 경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대형 세트일 경우 애니메이터의 허리에 무리가 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여러가지 상황에 맞는 방법들을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스쿠루다운(screw-down) 방식입니다. 아래쪽에서 볼트로 고정시키는 타이다운 방식이 아니라 위에서 볼트를 사용해 직접 캐릭터의 발등 위로 고정시키는 방식입니다. 스크루다운은 타이다운보다 효율적이고 시간을 많이 절약됩니다. 그러나 액팅 중 캐릭터를 건드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캐릭터 특성에 따라서는 이 방식을 사용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 외 세트 재질에 따라서는 하루핀과 같은 고정핀이나 글루건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 스톱모션이 발전하면서 애니메이터들은 전통적인 타이다운 방식보다 좀더 편한 방식을 개발하게 됩니다. 현장에서 ‘워커’라고 불리는 일종의 지지대로, 해외에서 사용하는 리깅 방식을 변형한 것이죠. 인형의 엉덩이 쪽에 구멍을 뚫고 관절을 심은 지지대를 연결시키는 방식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무거운 물체에 와이어를 꽂아 인형에 연결시켜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후반작업 시 포토샵으로 지우면 되죠. 단점이라면 액팅에서 캐릭터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날아다닌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러나 점점 이 부분에 노하우가 쌓이고 워커 또한 진화를 거듭해서 이제는 훌륭하게 작업 결과물이 나옵니다.

자석, 즉 마그네틱 타이다운(magnet tie-down)이라고 부르는 방식도 서구 애니메이터가 만든 귀차니즘의 산물이죠. 이는 영국의 몇몇 스튜디오가 먼저 사용하기 시작했고, 미국 쪽으로 넘어 왔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스튜디오 한두 군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통적인 타이다운방식을 선호하더군요. 아마 액팅 스타일이나 손에 익은 습관의 차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마그네틱 타이다운은 우리나라의 워커처럼 빠르게 애니메이팅을 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마그네틱의 반발력과 세트의 관계, 또는 인형의 특성을 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애니메이팅을 하는 데 동선이 크고 빠르거나, 아니면 제대로 제작된 견고한 뼈대가 아닐 경우에는 캐릭터를 컨트롤하기가 힘들다는 평이 있습니다. 그래서 마그네틱 타이다운과 전통적인 타이다운, 혹은 마그네틱 타이다운과 워커를 조합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석은 을지로 자석 가게에 가셔서 네오듐 자석을 보여 달라고 하면 여러 사이즈를 볼 수 있습니다. 카드도 조심해야지만 손도 조심해야 합니다. 구매하면 무슨 말인지 알 겁니다. 이게 자력이 엄청 강해서 서로 잘 안 떨어집니다. 캐릭터를 고정하는 데에는 꼭 어느 한 방식이 좋다기 보다는 제작 규모나 액팅 방식에 따라 애니메이터가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면 됩니다.

 

Q. 점프 장면은 어떻게 찍었나요?

A. 캐릭터를 지지할 수 있는 바(bar)를 사용했습니다.

 

 

질문자 Stopmo 우찬의 부가설명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서는 대부분 캐릭터의 발을 세트에 고정합니다. 그러나 점프와 같은 동작들은 캐릭터의 발이 세트에서 떨어져 있습니다. 이때 아무런 고정장치 없이 액팅을 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스톱모션 초창기부터 스튜디오들은 이런 동작을 촬영하기 위해 여러 가지 형태의 장치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해외에서는 리깅(Rigging)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업계에서는 리깅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워커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위의 영상에 나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리깅입니다. 볼조인트를 사용해 만든 간단한 장치이죠. 이런 것 이외에도 마리오네트의 연결 줄에서 착안한 장치, 기어를 이용한 복잡하고 정교한 장치들도 있습니다. 예전에 우리나라 스튜디오들은 예산 절감을 위해 세트에 캐릭터를 고정시키지 않고 빠르게 애니메이팅을 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고민하던 와중에 외국의 리깅 종류 중 하나를 변형해서 만든 것이 워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워커를 사용하는 것처럼,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스튜디오들은 각각 촬영 환경에 맞는 다양한 종류의 리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Q.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A. 무엇보다 적절한 과장과 축소였죠. 워낙 인기 있고 사랑받는 스타들이기 때문에 잘못했다가는 안티들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하. 처음에 얼굴 디자인은 캐리커처로 우스꽝스럽게 과장하려고 했는데, 무한도전 측에서 “음, 좀 무서운데요.”라고 하더군요. 우리나라는 아직 캐리커처에 대한 인식이 대중적이지 않죠. 그래서 전체적으로 귀엽고 친근감 있게 과장하여 디자인했습니다.

 

character-1

 

Q. 표정의 변화는 어떻게 표현했나요?

A. 무한도전 영상을 수도 없이 보았습니다. 출연진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도 많이 봤죠. 최대한 캐릭터들의 습관적이고 특징적인 표정을 체화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 후 과장을 해야 할 부분을 정하고 표현했습니다. 예를 들어 유재석은 입꼬리 부분이 많이 움직이고, 정준하는 윗입술보다는 아랫입술이 아래로 많이 움직이죠. 그 부분을 과장하고 변화를 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얼굴의 좌우를 비대칭적으로 과장해서 애니메이션화 하는 과정입니다. 이런 비대칭적 과장을 통해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효과를 기대했습니다.

 

Q. 표정의 변화는 보통 몇 프레임으로 촬영하나요? (눈, 입, 눈썹, 깜박임의 경우)

A. 입은 기본으로 3프레임으로 하고, 놀라거나 조심스런 표정에서는 1프레임 또는 4프레임으로 촬영했습니다. 눈과 눈썹은 2프레임을 기본으로 촬영했고, 역시 때에 따라 1프레임 또는 3프레임으로도 촬영했습니다.

 

Q. 립싱크나 표정 연기의 프레임별 사진을 보여주세요.

face-2

 

Q. 녹음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립싱크를 할 때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A. 처음 기획 단계에서는 먼저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후녹음을 하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윌빈튼의 애니메이션처럼 제대로 된 립싱크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선녹음을 했고, 완벽하게 얼굴 표정을 만들기 위해 녹음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최대한 출연진의 표정을 실감나게 살리려고 했습니다. 립싱크를 할 때에는 얼굴 표정도 같이 바뀌기 때문에 그때그때 얼굴 표정에 집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어떤 날은 아무리 신경을 써도 인상이 잘 나오지 않더라구요. 하루에 두세 프레임 밖에 못 찍은 날도 있었으니까요. 또한 애니메이팅 과정에서 캐릭터가 쓰러져 얼굴 부분이 망가질 때에는… 그냥 캐릭터를 팍 던져버리고 싶더라구요. 하하.

 

Q. 유재석과 노홍철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 대사 분량이 많아 어렵지 않았나요?

A. 특히 유재석과 노홍철은 대본에도 없는 애드립을 많이 넣어 대사가 길어졌습니다. 처음 녹음된 음원을 듣고 “뭐야! 이거”하고 깜짝 놀랐답니다. 그래서 부탁을 했죠. “저 죽습니다. 애드립 없이 원래 대본대로 좀…” 그래서 1편에서 유재석 캐릭터는 강조되는 부분만 립싱크하고, 편집 과정에서 그 부분을 반복시켰습니다. 좀 아쉬웠습니다. 최종 결과물에서 반복시킨 티가 팍팍 나더라구요.

 

Q. 일련의 연속동작 속에서 캐릭터의 샷 크기가 변할 때나, 하나의 동작에서 다음 동작의 연결을 되는 더블액션은 어떻게 애니메이팅하고 촬영하는지 궁금합니다.

A. 캐릭터의 움직임이 없을 경우에는 표정과 동작만 맞춰주면 되지만, 움직임이 있을 때는 보통 동작이 큰 부분에서 잘라주면 다음 샷에서 조금 동작이 맞지 않아도 크게 거슬리지 않게 연결됩니다. 하나의 트릭이죠. 그래도 불안하면 2~3프레임 정도를 더 촬영하고, 연결되는 다음 컷에서는 2~3프레임 정도 먼저 시작하면 편집할 때 실수가 적어집니다.

 

커뮤니티 운영자 Stopmo 우찬의 무한도전 금속관절 뼈대 설명

김우찬 감독 스톱모션 관절뼈대 ArmatureSpecialist

다국적 프로젝트 <체브라시카>의 관절뼈대 제작을 총괄한 김우찬 감독

제 직업이 뼈대제작 전문가(Armature Specialist)라는 걸 아는 분은 알 겁니다. ‘무한도전 애니메이션’에도 뼈대 제작으로 참여하였습니다.<무한도전> 아마츄어(Armature, 이하 뼈대)의 제작 컨셉은 ‘자유로운 움직임’이었습니다. 김준문 감독의 애니메이팅은 일반적인 애니메이팅보다 움직임의 반경과 동선이 큽니다. 그래서 뼈대의 기본 디자인은 김준문 감독의 평소 액팅 습관인 역동적인 움직임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사전제작 회의에서 언급된 각 캐릭터의 움직임과 스튜디오 제작환경, 그리고 재질 등 기타요소를 고려해 세부 디자인을 결정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크로마 세트 크기에 맞춘 디자인으로, 작은 사이즈와 얇은 팔다리, 큰 머리를 가진 관절뼈대이면서 세부적으로는 일반 관절보다 움직임의 각도가  30% 이상 큰 관절로 구성되었고, 뼈대형태는 알루미늄 철사 관절에 더 익숙한 김감독의 애니메이팅이 편하도록 배치한다는 제작 가이드라인이 완성되었습니다.

Armature Specialist 국내 유일의 스톱모션용 관절뼈대 전문가 김우찬 감독.

Armature Specialist 국내 유일의 스톱모션용 관절뼈대 전문가 김우찬 감독.

솔직히 얇은 팔다리에 키가 작은 사이즈의 뼈대는 가공이 힘들어 가장 꺼리는 뼈대 형태입니다. 관절 뼈대는 인체와 비슷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고 얇다는 건 지탱할 수 있는 힘이 약하고 빨리 마모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애니메이팅 시 특정 부분에 하중이 몰리는 뼈대의 특성 때문에 작은 사이즈는 내구성을 계산하고 보완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사가 자주 풀리거나, 아니면 과도한 마모로 인해 관절 부분에 원하는 만큼의 압력이 들어가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진행된 마모에 의해 관절이 지그재그로 움직여서 촬영 시 원치 않는 잡동작이 생깁니다. 제작공정이 일반 관절에 비해 곱에 곱으로 많아져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갑니다.

캐릭터를 세트에 고정시키기 위해 관절형 워커와 자석 타이다운, 두가지 모두를 사용할 수 있게 발과 몸통 부분을 특수하게 가공하였습니다. 손 부분은 교체형 실리콘 손 사용을 위해 나중에 브라스 튜브로 개조되었습니다. 총 제작 기간은 6주가 소요되었습니다.

 

WuchanArmature

무한도전 유재석 테스트 아마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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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현재 근황과 스튜디오 소개 부탁드립니다.

A. 현재 쇼타임(ShowTime)이라는 스튜디오명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작품으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I was recently involved in this stop-motion commercial project with custom joints for rigs. Robots weighing a lot more than 1kg each had to fly in this project. It was not that easy to make the joints that can withstand this weight because there were several restrictions in the rigging system.

얼마 전 쇼타임 스튜디오의 김준문 감독과 통화를 했습니다. 김준문 감독은 이번에 로봇 완구 광고를 찍어야 하는데, 무게가 무려 1kg가 넘는 로봇들이 나는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는 고민을 털어 놓았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요즘 굉장한 인기를 얻고 있는 투바앤의 <다이노코어>에 등장하는 로봇 캐릭터 광고였죠.

여기에서 문제는 로봇의 무게였습니다. 기존 조인트로는 이 무게를 감당할 수 없으니 이번 촬영에 적합한 맞춤형 조인트를 제작해 달라는 이야기였죠. 사실 이런 경우 전체 리그*를 통째로 바꾸는 게 가장 확실한 해결책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체 리그를 바꿀 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기존 리그와 호환이 될 수 있도록 8mm 볼을 사용하고 무게를 1.5kg 이상 견딜 수 있는 새로운 조인트를 만들었습니다.

커스텀으로 금속관절뼈대를 제작하는 저는 일상적으로 캐릭터의 특성에 맞게 뼈대를 조정합니다. 캐릭터의 움직임에 맞춰 특정 각도 내에서 조인트가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죠. 리그에서 사용되는 조인트를 만들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단, 리그용 조인트는 뼈대용 조인트에 비해 더 많은 하중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하죠.

이번 조인트 제작은 제게도 까다로운 과제였습니다. 이 맞춤형 조인트의 경우, 볼의 규격이 8mm로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일반적인 리그용 조인트보다 훨씬 더 많은 하중을 견딜 수 있어야 했습니다. 또한 애니메이팅을 위한 움직임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캐릭터가 날아다니는 동작을 애니메이팅해야 하는 경우, 순간적으로 볼에 하중이 집중될 수 있습니다. 이 때 리그가 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면 캐릭터가 나는 동작을 하다 한순간 추락합니다. 이렇게 비행 촬영을 하다 추락하는 경우, 스톱모션 작업에서는 100% 똑같은 캐릭터의 위치를 찾아서 촬영을 재개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애니메이터는 이 시퀀스를 처음부터 재촬영해야 합니다. 애니메이터 입장에서는 아주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위 영상은 이렇게 만든 맞춤형 조인트를 사용한 작업물입니다. 로봇이 나는 동작을 한 번 감상해 보시죠. 멋진 영상을 제작하여 공유해 주신 쇼타임의 김준문 감독에게 감사드립니다.

*‘리그(rig)’를 한국 스톱모션 업계에서는 종종 ‘워커’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해외의 스톱모션 업계에서는 주로 리그로 통칭합니다.

 

세대를 아우르는 마니아층을 보유한 레고(LEGO)나 플레이모빌(Playmobile) 같은 피규어들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오브제로 자주 사용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톱모션 스타일의 CG영화 <레고 무비(The LEGO Movie, 2014)>가 개봉되어 그 사그라들지 않는 인기를 다시 한 번 과시하기도 했지요.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 11월 플레이모빌을 이용한 진에어 광고가 런칭되었습니다. 1차 광고인 ‘후쿠오카’편의 뒤를 이어 12월에는 2차로 ‘코타키나발루’편이 나왔구요. 이 두 편의 광고는 친근한 피규어들의 신나고 경쾌한 리듬감을 볼 수 있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입니다. 애니메이팅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스톱모션용 인형이 아닌, 움직임에 제약이 있는 피규어를 그대로 사용한 탓에 애니메이팅에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 광고 컨셉에 맞는 흥겨운 분위기와 움직임이 멋지게 표현된 광고입니다.

이 광고를 제작한 사람은 ‘쇼타임 스튜디오‘의 김준문 감독입니다. 이미 업계에서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캐리커처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김준문 감독의 대표작인 무한도전의 클레이 애니메이션과 메리츠 화재의 퍼펫 애니메이션 광고는 다들 한 번쯤 접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작년 12월에는 국내에서 제작한 스톱모션 광고가 미디어에 유달리 자주 노출되었습니다. 최소 네 편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요. 확인해본 결과, 모두 쇼타임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광고였습니다. 이렇게 많은 수의 광고가 동시다발적으로 방영된 점, 그리고 그 모든 광고를 특정 스튜디오에서 전부 만들었다는 점은 스톱모션 업계에서 그리 흔한 일이 아닙니다.김준문 감독은 한 달에 최소 두 편 정도의 광고 제작에 참여한다고 합니다. 많게는 한 달에 네 편이나 되는 광고에 참여한다고 하니 준비와 촬영기간이 짧은 광고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히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더군요.

 

김준문 감독

 

감독의 쇼타임 스튜디오를 생각하면 클레이 애니메이션이 자연스럽게 먼저 떠오릅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거장 윌 빈튼도 극찬한 김준문표 캐리커처 캐릭터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쇼타임 스튜디오의 포트폴리오를 찬찬히 살펴보면 최근 몇 년간은 스톱모션의 다양한 세부 장르에 도전하고 실험하는 시기였고 지금은 10여년이 넘은 그의 치열했던 경력에서 나온 솜씨가 완숙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김준문 감독은 컷아웃, 픽실레이션, 페이퍼, 피규어, 의류, 가방 등 거의 모든 오브제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광고를 만들고 있습니다. 오히려 다루지 않은 오브제를 찾는 게 더 빠를 정도죠. 지상파나 케이블, 그리고 인터넷에서 봤던 다양한 스톱모션 광고들 중 열에 아홉은 김준문 감독의 쇼타임 스튜디오에서 만든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KT, SK텔레콤 등의 통신사 광고에서부터 다음, 코카콜라 같은 대기업 광고, 그리고 유아용 장난감 광고까지 말이지요.

우리나라에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광고나 홍보영상 제작에 참여할 경우, 손이 여간 빠르지 않은 애니메이터가 아니고서는 광고주와 광고 프로덕션을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제작기간이 매우 짧거나 애니메이터가 광고 촬영장에 당일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어느 프로덕션이 알음알음 고용한 애니메이터의 서투른 실력 때문에 촬영 당일 광고주 앞에서 낭패를 봤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김준문 감독이 제작한 무한도전 스톱모션에 사용된 캐릭터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제작을 실제 담당하는 사람이 어떤 작업을 얼마나 많이 했느냐, 즉 다시 말해 ‘경험’이 중요한 건 광고 촬영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돌발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노하우와 순발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알기로 광고 촬영시 혼자 인형과 세트를 수정하며 애니메이팅까지 할 수 있는 경험 많은 감독급 인력은 두어 명에 불과합니다. 김준문 감독은 광고 프로덕션과 여러 작업을 함께 하며 쌓은 신뢰를 통해 지금처럼 많은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실 스톱모션 스튜디오 입장에서 세트와 퍼펫을 이용한 스톱모션은 오브제를 이용한 스톱모션보다 시간과 노동력의 측면에서 더 큰 부담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퍼펫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광고와 홍보물의 단가가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쇼타임 스튜디오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있자면 김 감독이 효율적인 스튜디오 운영에 대해 고심한 흔적들을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습니다. 김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자타공인 최고 실력자이면서도 본인의 주특기 장르만이 아니라 스톱모션 세부 장르로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현실적인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환영할 만한 건 우리나라에도 여러 가지 오브제를 사용해 스톱모션의 다양한 모습을 일반인에게 보여주는 쇼타임과 같은 스튜디오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스톱모션하면 퍼펫이나 클레이애니메이션이 전부라고 알고 있는 일반적인 선입견을 깨고 있다는 말이죠. 이거야말로 진정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대중화’가 아닌가 합니다.

 

콤마스튜디오의 양종표 대표

 

톱모션 스튜디오의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김준문 감독의 ‘쇼타임 스튜디오’는 광고시장의 다변화된 니즈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한사람의 천재성을 기반으로한 감독 중심의 스튜디오 형태를 정착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스톱모션의 확장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상업 스튜디오의 생존방법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지요. 반면, 앞서 다른 포스트에서 다룬 적이 있는 양종표, 이희영 두 감독의 ‘콤마 스튜디오’의 경우에는 척박한 한국 스톱모션 환경에서 유기적인 팀 작업을 위한 전문가 스텝 시스템을 꾸준히 실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두 스튜디오는 지속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면서 한국적 스튜디오 시스템을 연구하는 것만이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선례를 한국 스톱모션 역사에 남기고 있습니다. 저는 전설의 사업가 감독들이 자신들의 스튜디오가 스톱모션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등의 번지르르한 사탕발림으로 젊은 스텝들을 선동했야만 했던 시절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지저분한 흔적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지금 이 순간, 더 명확해진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우리 스톱모션 역사가 꾸준히 활동하는 작업자의 몫이라는 사실입니다. 오늘도 촬영을 하고 있을 쇼타임 스튜디오의 김준문 감독 같은 대중예술 작업자들 말입니다. 2015년 새해에는 좋은 작업자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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