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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최근에 참여한 화장품 광고입니다.

스톱모션은 전통적으로 동화적인 감성과 잘 어울립니다. 특히 천 질감을 사용하면 따스함의 표현이 더욱 두드러지는 듯합니다. 동유럽과 일본의 스톱모션이 그러했고, 최근 들어 펠트천 인형의 작품을 봐도 그렇습니다.

퍼펫애니메이션에 강한  <콤마스튜디오>가 이번 화장품 광고에서 스톱모션이 가진 동화적인 감성을 잘 증폭시켰습니다. 1분 정도(?!)의 광고이지만 세트의 크기에서 애니메이팅 표현까지 한국 최대의 스톱모션 스튜디오 <콤마>의 저력을 보여주는 광고 한편입니다.

김우찬 관절뼈대 콤마스튜디오 thinking hand

영국 스튜디오에서 의뢰받은 얼굴 움직임을 위한 부분 뼈대 사진입니다. 프로토타입 제작 과정 중 두 번째 버전이구요.

보통 제작 과정은 미완성 상태라 거의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타인에게 제 고민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이 익숙지 않아서 말이죠.

모든 최종본은 프로토타입 단계를 거치고, 다시 기계적인 해석을 통해 마무리합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완성본의 깔끔함과는 다르게 그 이면의 과정은 거칠고 투박합니다.

위 사진의 버전 이후 다섯 가지 프로토타입을 더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수공과 기공을 사용해 힘들게 여러 가지 테스트 버전을 만드는 이유가 있습니다.

스톱모션 뼈대 제작에 있어 이 과정은 캐릭터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움직임의 특성에 맞게 기술적인 해석을 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에 뜻밖의 소식을 접했습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전설로 일컬어지는 윌 빈튼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는 부고를요. 예전에 한국에 왔을 때 봤던 윌의 유쾌한 모습만 기억하고 있는 저에겐 참 충격적인 소식입니다. 오래 알던 친구를 잃는 건 정말 슬픈 일입니다..

제게 있어 윌은 오랜 친구이자 든든한 지원자였습니다. 제가 뼈대 작업을 시작한 초창기에 제 작업을 테스트해주고, 윌 빈튼 스튜디오에서 함께 일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도 해주었죠. 윌이 제 작업을 좋아해준 덕에 그가 진행한 독립 프로젝트에도 두 차례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윌과 그의 스튜디오는 전 세계에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대중화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윌 빈튼 스튜디오가 바로 그 유명한 라이카(Laika) 스튜디오의 전신이죠. 한국 스톱모션 업계에도 윌 빈튼과 그의 스튜디오가 끼친 영향은 대단합니다. 우리 업계가 형성되던 초창기에는 윌 빈튼 스튜디오의 작품을 참고하지 않은 곳이 없었죠.

사실 윌이 암으로 투병하고 있다는 사실은 10여 년 전에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수술이 잘 되어 완쾌되었다고 했었는데, 그 이후에도 계속 치료를 받았던 모양입니다. 이제는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서 편히 쉬시길..

윌 빈튼과 김우찬 클레이애니메이션 거장 클레이메이션 WillVinton_WuchanKim

윌의 한국방문, 술 한 잔 거나하게 걸치고 한 컷.

 

Armature 김우찬 감독의 공구 바이스

위 사진은 바이스라는 공구입니다. 참 오랫동안 사용한 공구인데, 제 기억으로도 한 20년이 넘었죠. 용접이나 열 처리 같이 고열을 가할 때나 산 처리 같이 험한 작업을 할 때 사용하는 막바이스입니다. 그래서인지 바이스 여기저기에서 불에 검게 그을린 자국과 산으로 생긴 녹을 볼 수 있습니다.

원래 바이스는 상단의 바이스면이 평평한데, 위 사진에서는 그 부분에 구멍 몇 개가 나 있습니다. 용접 시에 피용접물을 잡기 위해 바이스면에 홀 가공을 했기 때문이죠. 원래 형태에 비해 많이 너덜너덜해져서 공장 구석에 처박혀 있는 공구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바이스만큼은 제가 어떤 작업을 하든 항상 옆에 끼고 있는 최애 공구입니다.

제가 모든 프로젝트에서 테스트 버전, 즉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에는 이 바이스를 사용합니다. 프로토타입에서 중요한 부분은 외양이 아니라 기능(뼈대의 움직임)이기 때문에, 이 바이스로 빠르게 용접과 땜을 하여 여러 가지 버전을 테스트합니다.

제 뼈대는 CNC 기계 가공 덕분에 깔끔한 만듦새를 가지고 있어 종종 클라이언트에게 감탄을 받곤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멋진 최종 버전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죠. 그 과정은 이 바이스의 모습처럼 우아함과는 완전 거리가 멉니다.

이번 주에도 또 다른 가공을 하기 위해 바이스면에 두 개의 구멍을 냈습니다. 제 경력이 길어지는 만큼 이 바이스에도 훈장 같은 흔적이 늘어나는 것 같네요.

기아 자동차 광고에 사용되었던 실물 사이즈 손 관절뼈대입니다. 이전 포스트로 잠깐 보여 드렸었죠. 이번엔 테스트 버전과 최종 버전을 공개합니다. 이번 뼈대는 손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엄밀히 이야기하면,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휴머노이드 관절입니다. 광고를 보면 아시겠지만 캐릭터가 손과 사람으로 번갈아 변신하며 여러 가지 액션을 합니다. 그래서 사진상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검지와 중지의 끝단 볼에는 나사산이 나 있습니다. 검지와 중지를 발처럼 세트 바닥에 고정한 다음, 인형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특이점은 이 뼈대의 일부 볼 조인트가 힌지 조인트처럼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실제 인간의 손가락은 한 방향으로만 움직입니다. 그래서 스톱모션용 손 뼈대는 일반적으로 동작이 한 방향으로 고정되는 힌지 조인트 방식으로 제작합니다. 하지만 이 기아 자동차 광고에 사용된 뼈대는 움직임의 방향이 비교적 자유로운 볼과 소켓 방식입니다. 이 뼈대가 손의 역할도 하지만 사람 캐릭터로도 자유롭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손의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에 볼 조인트여도 힌지 조인트의 특성을 최대한 가질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김우찬 감독이 제작한 실제 손크기의 뼈대 Armature by Wuchan Kim, Thinking hand Studio뼈대 제작 난이도가 좀 높은데도 주문 일정이 좀 빡빡했습니다. 지금 보니 한두 가지 디자인을 수정했으면 더 나았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뼈대를 의뢰한 콤마스튜디오는 멋진 스톱모션을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