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치나가 타다히토 감독의 전시 관람

작년 퀘이 형제 전시에서는 퀘이 형제가 직접 일본을 방문해 오프닝에 참석했습니다. 작가들이 직접 방문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하야마로 몰렸죠. 퀘이 형제와의 친분으로 여러 일본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느라 정작 전시에는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올해에는 퀘이 형제의 전시가 도쿄로 이관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꼼꼼이 그들의 전시를 챙겨보고 여름 휴가도 보낼 겸 해서 방문 시기를 조정했죠.

방문 일정이 확정되고 나서 온라인으로 찾아보니 마침 비슷한 시기에 도쿄에서 진행되는 괜찮은 전시가 여럿 있더군요. 그 중에 모치나가 타다히토 감독의 전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일본 초창기 스톱모션을 대표하는 모치나가 감독은 한중일 3국에 모두 관련이 있는 특별한 이력 때문에 예전부터 제가 관심을 두고 있던 인물 가운데 한 명이었습니다.

Imagica TV에서 일하면서 일본의 유명 팝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친구 야수시 상에게 우리의 휴가 일정을 이야기해주자, 그는 모치나가 전시회에 함께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유쾌한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사진 애호가인 기요시, 신중한 맏형 같은 야수시, 그리고 제 아내와 함께 든든하게 점심 식사를 한 뒤, 우리는 긴자 거리를 지나 도쿄근대미술관 산하 국립영상센터로 향했습니다. 야수시는 국립영상센터에서 그 곳의 총괄 큐레이터인 오카다 상을 제게 소개해 주었습니다.

전시에서는 모치나가 감독의 상세한 작업일지, 인형, 영상 자료, 제작 관련 서류 등 다양한 자료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950년대에 그가 실제로 사용했던 관절뼈대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이 그의 자료를 잘 보관했던 모양입니다. 자료 보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큐레이터인 오카다 상은 직접 전시 가이드를 해주면서 일일이 자료에 담긴 이야기와 자료가 갖는 의미를 제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전시 규모는 작았지만 친절한 그의 설명 덕분에 기대 이상으로 알찬 전시 관람이 되었습니다.

Leffe Ad Campaign: Slow Time

위 영상은 한국에도 잘 알려진 벨기에 맥주 브랜드 레페의 광고 캠페인입니다. 시간을 다루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작업에 슬로우 타임이라는 레페 광고의 컨셉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퀘이 형제가 민들레 홀씨를 핀셋으로 하나씩 떼어내면서 애니메이팅하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가 않네요. 퀘이 형제의 나레이션을 통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애니메이션과 시간에 대한 개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짧은 영상임에도 이 광고는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The first time that we really began to look closely at the notion of time was by the animation. Because with animation when you’re filming every frame is one twenty-fourth of a second. 24 frames makes one second, so you’re making 24 movements, isolated movements. So right away, you’re, you’re slowing down time by the very nature of the animation technique. …

…but then we come back to the studio and you come up with these doors. You know that this space is hallowed space where time stops. Right away, you understand that this is where time gets severed and it’s opened up.”

 

2016년 여름 퀘이 형제가 일본 순회전시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도쿄 인근에서 열리는 첫 전시의 오프닝에 초청한다는 말에 여름휴가도 보낼 겸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일본에서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귀국해 그들과 안부를 주고받던 중에 인터넷에서 이 광고 캠페인을 발견하게 되었죠.

그런데 이 광고 영상을 보다가 보니 퀘이 형제의 차기 작품에 사용될 금속관절뼈대(armature)가 등장하더군요. 깜놀했습니다. ^^; 이 광고 영상을 발견했을 당시는 제가 퀘이 형제의 프로젝트에 뼈대 전문가로 참여해 의뢰받은 뼈대를 모두 완성하고 영국으로 발송한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이었습니다. 사실 금속관절뼈대는 인형의 내부에 들어가 인형을 지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외부에 노출이 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제 관절뼈대가 깜짝 공개되어 놀라기는 했지만, 광고에 멋지게 등장하니 그것도 나름 뿌듯하네요.

광고 영상을 통해서 2016년 상반기에 열심히 작업한 결과물을 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퀘이 형제의 프로젝트 참여는 20년이 다 되어 가는 제 금속관절뼈대 전문가(armature specialist) 경력에 아주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퀘이 형제가 제 관절뼈대를 알게 된 것은 2004년 멕시코 여행에서 들른 스튜디오에서였습니다. 그렇게 인연이 맺어져 올해로 13년째 퀘이 형제의 프로젝트에 금속관절뼈대 전문가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퀘이 형제와 함께하는 작업에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상업 프로젝트와는 많이 다른 무게감을 느낄 수 있죠. 이런 묵직한 무게감 덕에 언제나 열정을 가지고 작업을 합니다. 물론 일을 하다보면 지칠 때도 있지만, 그들의 창조적인 프로젝트에 신선한 자극을 받고, 제 뼈대 작업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고민하게 됩니다.

위의 광고 영상에서 살짝 보이는 관절뼈대의 손 부분도 퀘이 형제의 프로젝트에서 자극을 받아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이 뼈대의 손을 만들면서 제가 가진 제작 리소스와 노하우를 모두 쏟아부었습니다. 이번 퀘이 형제 프로젝트를 통해 만든 관절뼈대 결과물 가운데 미적 기준에서나 완성도면에서나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 바로 이 손입니다. 퀘이 형제도 손 뼈대를 정말 만족스러워하더군요. 그들이 이번에 내놓는 스톱모션 작품에서는 제가 만든 손 뼈대가 고스란히 노출된다고 합니다. 나중에 퀘이 형제의 스톱모션이 개봉되면 그 때 거기에 사용된 뼈대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PHANTŒM MUSÆUMS BY The QUAY BROTHERS

The Museum of Modern Art, Hayama in Japan is hosting an exhibition titled “PHANTŒM MUSÆMS” by the Quay Brothers from July 23 to October 10, 2016. The exhibition will travel around the country for two years, and Hayama is the starting point of its journey.

The other day the Quays and I were communicating for work, and they told me just before the exhibition opening that they were coming to Japan. To Japan?! It’s right next to where I live, South Korea! Hurray! After going through a challenging seven months, I’d just completed armatures for their next film, and now it was time to see the Brothers Quay again.

And not only that; there was the exhibition as well. I had always thought it was too bad that I missed their exhibitions at the MoMA New York and the EYE Film Institute Netherlands. I could never miss the chance this time. So my wife and I went to Japan for our summer vacation! 😉 The Quays thankfully invited us to the opening at the MoMA Hayama.

I most recently met the Quays in the winter of 2012. I remember that the Brothers and I had an amazing time together back then, drinking wine and chatting at their studio in London. With full of expectations and excitements for seeing old friends and the exhibition as well as being on vacation, my wife and I set foot on Japanese soil. Read more

Jin air

세대를 아우르는 마니아층을 보유한 레고(LEGO)나 플레이모빌(Playmobile) 같은 피규어들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오브제로 자주 사용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톱모션 스타일의 CG영화 <레고 무비(The LEGO Movie, 2014)>가 개봉되어 그 사그라들지 않는 인기를 다시 한 번 과시하기도 했지요.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 11월 플레이모빌을 이용한 진에어 광고가 런칭되었습니다. 1차 광고인 ‘후쿠오카’편의 뒤를 이어 12월에는 2차로 ‘코타키나발루’편이 나왔구요. 이 두 편의 광고는 친근한 피규어들의 신나고 경쾌한 리듬감을 볼 수 있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입니다. 애니메이팅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스톱모션용 인형이 아닌, 움직임에 제약이 있는 피규어를 그대로 사용한 탓에 애니메이팅에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 광고 컨셉에 맞는 흥겨운 분위기와 움직임이 멋지게 표현된 광고입니다.

이 광고를 제작한 사람은 ‘쇼타임 스튜디오‘의 김준문 감독입니다. 이미 업계에서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캐리커처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김준문 감독의 대표작인 무한도전의 클레이 애니메이션과 메리츠 화재의 퍼펫 애니메이션 광고는 다들 한 번쯤 접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Read more

Amway Korea

이번 암웨이 기업광고는 오랜만에 보는 신토불이(^-^) 풀 스톱모션 광고입니다.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한 극강 비주얼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광고에서는 크기의 왜곡이 없는 라이프 사이즈의 세트가 사용됐는데요. 광고에 나오는 서랍 안 모형 및 풍경의 크기는 작아서 애니메이팅하기 적당한 사이즈가 아니라는 걸 아실 겁니다.

여기에서는 서랍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작은 크기의 인형들로 속칭 ‘떼샷’이라고 불리는 그룹 애니메이팅이 능수능란하게 이뤄지는, 꽤 난이도가 높은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농사짓는 모습의 트랙킹샷이 나오는 초반부와 낙하산이 떨어지면서 낮과 밤이 바뀌는 빌딩숲을 촬영한 마지막 부분은 이 광고의 백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던 멋진 장면들입니다.

이 광고를 만든 콤마스튜디오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흥미로운 회사입니다. 콤마는 제작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가지고 자력으로 300여 평의 스튜디오 공간을 마련했고, 작업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모션 컨트롤러와 같은 고가의 제작 장비에 아낌없는 투자를 해왔습니다. 이 암웨이 광고에서 볼 수 있는 부드러운 화면 이동은 보유한 두 대의 모션 컨트롤러를 사용한 결과물입니다.

또한 콤마는 10년 넘게 꾸준히 장편 및 시리즈 프로젝트를 담당해온 파트별 스텝들을 보유하고 있어 장편까지도 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다소 한국적 풍토에서는 희귀한(?!) 스톱모션 전문 스튜디오입니다. 이 스튜디오는 출발점 자체가 장편과 시리즈물 제작이었기 때문에 제작능력과 작업의 질적인 면에서 여타 스튜디오들과는 확연하게 차별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타 애니메이션보다 스텝 개개인의 기여도가 높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서는 다양한 프로젝트에서의 경험을 통해 세월로 다음어진, 숙련된 인적자원을 보유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번 암웨이 광고에서 콤마의 다져진 팀워크를 엿볼 수 있다고 봅니다. 게다가 몇 주 안되는 짧은 시간에 세트 제작부터 촬영까지 마쳤다고 하니 콤마의 제작능력에 다시금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나라의 작업 환경에서 상업 스튜디오의 스텝으로 한 회사에서 오랜 기간 동안 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스튜디오조차 살아남기 힘든 작은 시장 규모가 그 주된 이유이긴 하지만, 스텝들의 고혈을 짜냈다는 입소문이 전해지는, 이름만 번드르르한 사업가 사장님들도 여기에 한몫했습니다. 이제는 결과적으로 실력 좋은 스텝들은 이미 업계를 떠났고, 그나마 남아 있는 인력 또한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업계라 부르기 창피할 정도로 몇 곳 안되는 스튜디오들은 인력난이라는 악순환을 겪게 된지 오래입니다.

이렇게 상업 스튜디오가 살아남기 힘든 현실에서도 수익성과 제작의 질이라는 두 화두를 안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콤마스튜디오의 열정에 오랜 시간 업계에서 동고동락한 동료로서 큰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스톱모션 역사가 비교적 짧은 국내에도 해외의 웬만한 스튜디오를 능가하는 콤마와 같은 규모의 스튜디오가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Behind The Sce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