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런 – 마녀의 성

인상을 찌뿌린 서양 쿠키 인형이 불에서 구워지고 있다

 

‘쿠키런: 마녀의 성’ 광고는 근래 보기 드물게 잘 만든 스톱모션입니다. 캐릭터 디자인뿐 아니라 기술적으로 자연스럽게 무게감이 느껴지는 애니메이팅도 탁월하죠. 또한 대형화된 캐릭터와 세트를 통해서만 가능한 표현을 볼 수 있는데요. 그건 바로 조명과 그림자를 통해 표현된 디테일한 비주얼과 화면 가득 느껴지는 공간감입니다. 이번 광고를 위해 제가 제작한 마녀 관절뼈대의 크기만 해도 60cm에 달합니다. 일반적인 관절뼈대의 크기가 대개 18cm 정도이니 마녀 캐릭터가 얼마나 큰지 아시겠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구성 요소를 대형화하면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세심한 표현이 가능하고 다양한 비주얼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심도를 더해줄 수 있어 화면에 공간감을 부여해 줍니다. 그러나 대형화하는 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건비와 제작 시간이 증가하기 때문에 결국 제작 비용도 늘어나게 되죠. 게다가 일정 크기 이상의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소규모 스튜디오가 대부분인 우리나라의 스톱모션 제작 환경에서는 캐릭터와 세트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형화는 제작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분명한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디테일한 표현에서는 좀 불리한 것도 사실이죠. 그래서 장편 스톱모션을 많이 제작하는 영미권에서는 큰 규모의 캐릭터와 세트를 사용할 때가 많습니다. 이번에 모처럼 한국에서도 초대형 세트와 캐릭터를 가지고 만든 고퀄리티의 스톱모션 광고를 보게 되어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