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Q #1] 스톱모션 초보자도 관절뼈대가 필요한가요?
Q.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학생입니다. 이번 수업에서 스톱모션을 배우게 됐는데요. 관절뼈대를 사용해보면 어떨까요?
A. 스톱모션을 시작하려는 예비 애니메이터에게 관절뼈대(armature) 구입 및 사용에 관련된 문의를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제까지는 매번 개인적으로 답장을 해드렸는데요. 웹사이트를 통해 답변을 공유하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FAQ를 시작해봅니다.
스톱모션 시작 단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금속관절뼈대에 큰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저도 스톱모션 수업을 처음 들었을 때 가장 신기했던 부분 중 하나가 관절뼈대였죠. 당시는 지금과 달리 관절뼈대에 관한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관절뼈대는 아드만이나 윌빈튼 같은 대형 스톱모션 제작사가 사용하는, 탁월한 애니메이팅의 비결처럼 여겨졌죠.
이런 이유로 한때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관절뼈대만 있으면 순식간에 프로 수준의 스톱모션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다 겪어본 과정인지라 문의하는 분들이 관절뼈대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그렇지만 저는 배우는 시기에 관절뼈대를 사용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째, 실력을 키우는 시기에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움직임을 시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련된 말 같은 금속관절뼈대보다는 야생마 같은 알루미늄 철사 뼈대(이하 알사뼈대)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죠. 입문자들이 다양한 애니메이팅을 익히고 실험하려면 움직임의 한계 없이 원하는 방향대로 얼마든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알사뼈대가 더 좋거든요. 알루미늄 철사의 유연성을 이용해 하나의 동작을 만들어보며 애니메이팅의 스펙트럼을 넓혀갈 수 있죠.
반면, 금속관절뼈대는 사람의 몸과 마찬가지로 관절의 움직임 반경에 어느 정도 제한이 있습니다. 대신에 정제되고 다듬어진 움직임을 보여주죠. 그러나 마음껏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움직임을 탐구해본 이후에 금속관절뼈대를 사용해야만 그 진면목이 드러납니다. 애니메이터의 실력에 따라 결과물의 편차가 크니까요.
둘째, 알사뼈대를 만드는 과정은 캐릭터의 움직임을 계획하고 연구하는 시간입니다. 스톱모션에서 뼈대는 단순히 퍼펫을 지탱하는 도구가 아니라, 퍼펫의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도구죠. 알사뼈대를 직접 만들어보면 철사를 자르고 꼬아서 배치하는 과정을 거치며 관절의 위치와 움직임에 대해 고민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퍼펫 전체의 움직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시나리오상의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으로도 연결됩니다. 퍼펫과 뼈대를 만드는 작업을 통해 평면이 아닌 3차원에서 캐릭터의 특성을 입체적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인 거죠.
이렇듯 알사뼈대를 사용해 다양한 움직임을 자유롭게 탐구하고 근본적으로 고민해보는 경험은 스톱모션 초심자가 기본기를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한번 몸으로 익힌 탄탄한 기본기는 탁월한 실력으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되죠.
물론 금속관절뼈대의 장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초심자는 금속관절뼈대의 장점을 제대로 살려내기가 쉽지 않죠. 또한 금속관절뼈대가 다 비슷비슷해 보여도 꼼꼼히 살펴보면 그 품질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금속관절뼈대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번 글에서 풀어보도록 할게요.